어떤 사람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부시의 1월 20일 취임연설문을 읽으며 전
한없는 눈물을 흘렸었습니다.
그가 우리 애국세력의 고난과 슬픔 외로운 투쟁을
알고 있다는 언급으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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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중앙일보 문창극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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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연설을 다시 본다
요즘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치고 조시 W 부시 대통령을 욕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부시에 대한 비판이 곧 지식인의 상징인 양 돼 버렸다. 얼마 전 재선 취임 연설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부시 연설이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이렇게들 흠을 잡을까 라는 생각에서 그의 연설을 꼼꼼히 읽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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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서는 흠 잡을 데 없는 연설이었다. '자유의 연설'이라 이름을 붙일 만했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사파이어도 부시의 연설은 미 역사상 20번의 재임연설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명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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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이렇게 의견이 갈리는가. 나는 이것 역시 진보.보수 간의 대립 때문이라고 본다. 더 좁게는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갖는 부시 개인에 대한 미움 때문이다. 미운 며느리는 발꿈치가 달걀처럼 반질반질 예뻐도 시어머니 눈에는 밉게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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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주제는 자유였다. 자유가 확장돼야 평화도 온다는 것이다. 미국의 안전과 자유도 결국은 세계에 자유가 확장돼야 가능하다. 미국은 자유를 갈망하는 국민의 편에 서서 도울 것이다. 자유를 억압하는 폭정은 종식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며칠 전 라이스 국무장관은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폭정의 전초기지'로 북한을 꼽으며 미국은 외교를 통해 자유를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보지식인들은 말한다. 아무리 자유가 좋은 것이라 해도 미국이 우월한 지위에서 이를 다른 나라에 주입하려는 것이 바로 일방주의라고 말한다. 그래서 싫다는 것이다. 과연 이들 말이 옳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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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진보 지식인들은 라이스 장관이 북한을 거론했을 때 삐딱했다. "그래서 북한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냐"며 '네오콘'을 대변했느니 하면서 비판했다. 이승만.박정희 독재시절 이 나라 지식인들과 민주인사들은 걸핏하면 미국에 불만을 표시했다. 광주 사태에 불만을 가진 대학생들이 왜 미 문화원에 불을 질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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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우리 민주주의를 도와주지 않고 독재자를 도와 주었다고 저항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미국이 자유와 인권의 확산을 위해 북한에 관심을 갖겠다는 것이 무엇이 나쁜가. 북한 주민 입장에서 고맙지 않겠는가. 북한 인권에 대해 침묵하는 한국 정부와 비교할 때 누가 더 도덕적인가. 왜 이들은 한국 독재에 대해서는 미국이 개입해야 한다고 하고, 북한 독재에 대해서는 미국이 개입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가. 이런 이중잣대가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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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미국의 진보지식인들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1983년 소련이 KAL기를 격추시키기 몇 달 전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정의했다. 지금의 진보지식인들이 부시 연설을 비판하듯 당시 미국과 유럽의 진보지식인들은 레이건을 비판했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형편없는 연설" "영화배우답게 모든 문제를 단순하게 흑백 논리로만 본 연설"이라고 혹평했다. 그 '악의 제국'은 불과 몇 년 후에 무너졌다. 그 연설을 비판하던 인물들은 소련의 붕괴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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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노선은 이상주의와 현실주의가 교차했다. 현실주의가 승할 때는 미국 국익을 위해 독재자를 지원하기도, 인권에 눈을 감기도 했다. 그러나 카터의 인권외교에서 보듯 이상주의 물결이 오면 타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외교의 주요 목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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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를 비판하는 쪽은 그가 이상주의를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힘을 배경으로 강압적으로 이를 실현시키려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부시는 무력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라이스 역시 외교를 통해 실현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있지도 않은 일을 미리 비판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것이 바른 태도다. 무력을 통하지 않고 경제나 외교적 수단으로 인권과 자유의 목표를 실현하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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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연설'이 외교정책화하면 한반도 역시 그 대상이 된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가 문제다. 미국이 북한의 민주화와 자유화를 돕겠다는 데 우리가 안 된다고 나설 수 있는가. 그럴 명분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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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통일을 원하는 이유는 북한을 우리와 같은 민주의 나라, 자유의 나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 길에 미국이 앞장서 준다니 고맙지 않은가. 다만 우리로서는 그 방법이 무력이 아닌 경제.외교적인 평화적 방법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 된다. 따라서 '자유의 연설'을 트집잡을 것이 아니라 박수를 쳐주고, 평화적인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고 우리가 먼저 제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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