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사태 외면하는 태권도인들에게 쓰는 편지

                 국기원 내부 진행상황의 감독 기관은 없는 것인가?

                                                                               김명수 한양대학교 외래교수/이학박사

태권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화자산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이다. 당연히 국기원은 세계적 문화자산 태권도를 뒷받침하는 기구조직이 되어야 한다. 국기원은 그동안 이를 뒷받침하는 수많은 업적이 있었으며, 김운용씨를 비롯하여 다수 태권도인사들의 헌신을 존중한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 그 기구조직의 무능함과 사욕에 젖은 갈등으로 대외적인 위상이 계속 떨어지고 있음은 태권도인의 한사람으로서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

현재 태권도제도권에 있는 인사들의 요청으로 2008년 5월 태권도진흥법이 제정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는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시행(‘08.6.22)에 따른 태권도진흥 기본계획(’09~‘13)을 수립, 발표했다. 이에 수립, 발표된 태권도진흥 기본계획은 최초 정부차원의 태권도 전반을 포괄하는 종합계획이자 법정계획으로서 태권도 진흥을 위한 기본방향, 태권도의 세계화, 국기 태권도 정립을 위한 기반강화, 저변확대, 세계적 문화산업 및 관광브랜드화 등을 제시했다. 2013년까지 5년간 3,185억 원을 연차 투자한다는 계획이며, 사업비는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확보할 예정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4대 중점 추진전략’은 태권도의 세계화, 국기 태권도 정립을 위한 기반강화, 전 국민이 즐기는 생활스포츠로 저변확대, 세계적인 문화산업 및 관광 브랜드화 그리고 스포츠의 영역을 넘어 전통 문화 산업까지 포괄하는 복합적 자산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년 반이 지난 오늘에도 가닥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근본 원인을 태권도인들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 해결하지 못함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2009년 9월 23일 이후 국기원 이사회에 이사 9명의 임기가 만료됐고, 잔류했던 이사 10명중 8명은 지난 10월 5일 이사로 보선(조용기 박현섭, 배영상, 박구진)됐다. 14명 이사진을 구성하고, 10월 7, 8일 정관개정위원회(이승완 송봉섭 김철호, 이승국, 박구진)를 구성했다. 정관개정위원회는 ‘이사자격을 공무원법 혹은 대한체육회 규정적용 여부’ ‘이사장,원장의 정부승인 사항 여부’ ‘국기원법정법인화를 위한 정관수정, 보완(태권도인들이 염원이 반영된 정관개정)’ 등의 태권도인들이 국기원에 원하는 사항을 반영하는 협의를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사회에서 수정 보완된 정관을 보고해, 개정안통과 후 21명의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하여 이사장, 원장, 연수원장을 선출한다고 하였다.

남은 국기원이사와 보선된 이사들에게 태권도의 미래를 맡겨도 되는 건가? 위기는 기회라는데, 결론적으로 지금은 그들의 내부적인 개혁이 최우선이 된다. 후에 역사에 기록될 태권도의 미래가 개인의 입장과 몇몇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새로운 태권도를 탄생시킨다면 과연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태권도의 역사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시련 앞에 머리를 들이대고, 가슴을 펴고 그 도전을 받아들여 오점을 남기지 아니할 수 있는 자신 있는 자만이 행운과 승리, 그리고 신의 축복을 얻어낼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국기원 이사회는 처음부터 깊은 고뇌나 경륜의 산물이 아니었다. 더욱이 태권도가 맞고 있는 시대적 상황이나 발전전략을 반영하여 나온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모든 태권도인들의 토론이나 희망사항을 거친 것은 더욱 아니었다. 국기원 정관통과가 문제이며, 다만 기득권을 차지한 사람으로서 위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관(官)이나 다수의 말없이 보고 있는 태권도인들이 문제라고 생각될 뿐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3명 이사의 사퇴종용을 그쯤에서 멈추었더라면, 국기원과 태권도인이 이렇게 분열되고 이 공동체가 저처럼 혼란스럽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자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끌고나가 말뚝까지 박았더란 말인가? “멈출 줄을 알면 위험하지 않다”라는 지지불태(知止不殆)라는 옛말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국기원은 10월 23일 국기원 제2강의실에서 제5차 임시이사회를 열고 이승완 정상화추진위원장을 만장일치로 국기원 이사장 겸 원장 대행으로 추대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14명의 재적이사 가운데 이종승 이사를 제외한 13명의 이사가 참석, 정관개정을 마무리하는 시점까지 이승완 이사장 겸 원장 대행체제로 국기원 업무를 이끌어가도록 결의했다. 그리고 박현섭(9.28임기만료)을 총무이사로 재임명하고, 국기원 단증이 새로운 단증(누구의 명의로?)으로 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조직개편 등 구태한 사람들을 임명하려 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감독기관은 어디 있는가? 의문이다.

태권도는 우리 민족의 얼과 슬기를 담아 심신을 연마해 온 전통무예이자 세계 180여개국 7천여만 명이 수련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브랜드로서 21세기 스포츠․ 문화․ 관광산업의 핵심 콘텐츠로 성장할 최상의 문화 동력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새로운 국기원이 설립되어 이에 합당한 인사개혁도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이제 능력이 없음으로 판명된 국기원이사와 도덕성이 문제가 된 사람들은 즉시 모두 사퇴하여야 이 어려운 국면을 벗어나는 길임을 직시하여야 한다.

부와 권력, 명예와 위력, 어느 것 하나 영원할 수는 없다고 확신한다. 하늘의 이치는 돌고 돈다는 원칙 아래,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 가면 또 한 세상은 오기 마련이라는 확신, 그런 확신만이 어둡고 괴로우며 암담한 현실을 극복해가는 지혜라 생각한다. 돌고 도는 하늘의 이치를 믿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로 해야 할 일이 많고 바쁜데 어쩌자고 저리 더딘지...

나는 태권도인이다
이 시대를 바라보고
태권도인이 걸어간다
똑바로 간다는 것이 어려운 세상입니다
손해 보는 것 같고
때로 욕심이 나서 주변을 기웃거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바르게 가는 이들이 있어
밝게 굴러갑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그들을 본보기로 삼아 묵묵히 걸어가야겠습니다

김명수(金明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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