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한나라당은 5. 16이 혁명이 아니라는 나경원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해명하라.
강재섭 대표 취임 이후 그의 가장 부적절한 인사가 좌파 출신 인명진 윤리위원장 영입과 더불어 대변인단 임명이라는 데 대해 이의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훌륭히 대변인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유기준 대변인도 임명초기에는 경험부족으로 김수환 추기경의 비공개 발언을 공개하는 실수를 하여 물의를 빚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여성 대변인인 나경원 의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의구심을 갖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나라당의 나경원 대변인은 지난 12월 1일 낮 12시 MBC-TV의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과의 상호토론에서 그 전날인 11월 30일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 포럼’의 토론회장에서 폭력사태가 빚어진 것과 관련하여 교과서 포럼 측이 5. 16을 혁명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저를 포함한 국민의 90% 이상이 그같은 견해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였다. 그는 또 그 전날 같은 당 유기준 대변인이 같은 문제에 대해 “학문의 진일보”라고 평가한 부분에 대해서도 “유 대변인이 잘 모르고 한 발언”이라고 정면으로 부인하였고 오히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열린당 우상호 대변인과 같은 입장임을 분명히 하였다. 나 의원의 이 날 발언은 상대가 열린당 대변인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의원 개인 자격으로서의 발언이 아니라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당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의 입장을 대변한 나경원 의원에게 묻고자 한다.
나 의원은 “국민의 90% 이상”이라고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였는데 이는 믿을 만한 여론조사를 거친 후에 나온 결과인가. 만일 그렇지 않다면 공당의 대변인이 생방송 프로에 출연하여 근거도 없이 수치를 들어가며 얘기한 만큼 그것이 잘못되면 나중에 당의 신뢰도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 것인가.
5. 16이 혁명이 아니라고 부인한 것은 한나라당의 많은 정치적 자산들이 5. 16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5. 16을 일으킨 아버지를 유일한 정치적 밑천으로 하여 차기대권이라는 큰 도박을 벌이고 있는 정치인을 당내 유력 대권주자의 1인으로 옹호해온 그동안의 한나라당의 노선과도 모순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언제부터 열린당과 역사인식을 같이 하게 되었는가.
자식이 남의 부모가 더 마음에 든다고 해서 자신의 부모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외면하려는 것은 비겁한 것이며 그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문제점을 똑바로 직시하고 당당하게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용기있는 자세일 것이다. 나경원 대변인의 이 날 발언은 보수노선을 표방하는 공당의 대변인으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것이었다.
더욱이나 서로 주의 ･ 주장이나 노선이 다르다고 해서 신성한 학문의 전당인 대학구내에 떼로 몰려와서 그것도 나이많은 원로학자들을 폭행하여 구급차로 병원에 후송될 정도의 부상을 입힌 깡패같은 자들의 행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배신감마저 느끼게 할 정도였다. 이러고서도 과연 한나라당이 보수세력의 대변자를 자처할 것인가.
지금 한나라당은 당 대표와 대변인 2인이 모두 법조인 출신으로 되어 있다. 가뜩이나 사법제도 개혁에 비협조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이같은 인적구성은 더더욱 변호사당(즉 기득권당)이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만 굳어지게 하고 있다. 특히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고는 하나 서울 교대역 앞에서 변호사 사무실이나 개업하고 있으면 알맞은 정도의 인물을 그동안 5선의원에 당 대표로까지 선출하고 그도 모자라 차차기 대권을 운운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동의를 받을 것인지는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공당의 여성 대변인은 미모로 뽑는 것이 아니라 대변인으로서 적절한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당의 입장을 정확히 알릴 수 있는 인물을 앉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굳이 여성 대변인을 임명해야 한다면 당의 이미지와도 맞는 송영선 의원 같은 인물이 오히려 적절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역사적 문제에 대해 뚜렷한 소신도 없는 발언을 한 인물을 그대로 대변인으로 놔둔다면 한나라당은 기회주의 정당 또는 회색분자들의 집합체라는 비난만 더욱 들끓을 것이다.
한 때 제1야당의 대변인과 부대변인은 언론의 주목을 도맡아 받아 왔기 때문에 소장 의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지금 제1야당 한나라당은 수 십명의 부대변인들을 두고 있지만 그 중에 이름만 얹어놓고 글이나 논평 한 줄 발표하지 않는 명함용 인사들이 대부분이며 특히 그 중 언론인 출신은 한 명도 없다. 이는 부대변인직을 단순히 논공행상의 도구로만 이용한데서 빚어진 결과이며 홍보전에서의 패배로 인해 지난 번 대선에서 패한 당의 뼈아픈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그야말로 무책임한 인사의 표본이라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한 번 한나라당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2006년 12월 2일
자유언론수호국민포럼 대변인 이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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