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를 폭로한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8일 검찰 조사에서 돈봉투를 돌린 당사자로 2008년 7월 전당대회 때의 박희태 현 국회의장을 지목하면서 당시 전당대회에 대한 본격 수사가 불가피해진 가운데,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가 과거 몸담았던 현 민주통합당의 전당대회에서 금품 살포를 목격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않는다고 조선닷컴이 전했다. 검찰이 이 두 폭로에 대해 형평성 차원에서 수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통념은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통하지 않을 듯하다. 유시민 공동대표의 돈봉투 폭로는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핑계로 수사가 어려울 듯하고,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돈봉투 의혹만 검찰이 수사할 분위기다. 이런 불공평성을 핑계로, '돈선거'가 없어져야 한다는 당위성과 함께, '박희태 죽이기'라는 반발도 박희태 국회의장 측에서 나올 법도 하다.
고승덕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전당대회 2~3일 전 검은 뿔테 안경을 쓴 한 젊은 남성이 의원회관 사무실에 노란색 봉투를 두고 갔고, 그 안에 현금 100만원씩을 담은 흰 편지봉투 3개가 있었고 '박희태'라는 이름이 쓰인 명함이 들어있었다. 전대 다음날(7월4일) 이를 확인하고 보좌관을 당사 대표실로 보내 박 의장의 비서 K씨에게 되돌려줬다"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박희태 캠프’에서 활동하다가 현재 모 의원의 보좌관으로 근무 중인 K씨는 "(2008년 전대 당시) 다른 의원실에 가 있었으나 박희태 의장이 원외여서 도와드렸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전당대회 다음날인 7월4일 고승덕 의원 보좌관으로부터 돈 봉투를 돌려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때 정신이 없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정당의 전당대회에서 돈봉투 선거가 관행이었다는 보도도 있다. 조전혁 의원은 2010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대해 "한나라당의 자갈밭(열세 지역)으로 거론되는 곳의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게 돈봉투가 갔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고, 충청·호남의 원외 당협위원장 2명으로부터 '다른 후보는 1000만원을 주는데 당신은 뭐가 없느냐'는 요구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는데, 조 의원은 당시 전당대회에 나갔다가 "돈 선거 양상이 더럽고 치사하다"고 말하며 중도 사퇴했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2010년 당 대표 경선에서 안상수 의원에게 패했던 홍준표 전 대표도 "역시 바람은 조직을 이기지 못한다"며 돈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고 조선닷컴은 주목했다. 검찰은 2010년 전당대회도 조사할 것이라고 한다.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돈떼기당'이라는 언론의 인민재판이 반복된다.
한편, 야당의 돈선거는 언론에 의해 축소·은폐되는 분위기다. 유시민 공동대표도 6일 "(민주통합당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열린우리당 시절) 금품 살포를 목격한 바도, 경험한 바도 있다. 당의 지도부가 되려고 하면 권력이 따라오니 부정한 수단을 쓰려는 유혹을 느끼게 된다. 대의원을 돈으로 지명했던 것이 반세기 동안의 일"이라고 했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검찰은 유시민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도 수사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지만, 열린우리당 시절 일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장인 김재원 전 의원은 지난 6일 검찰에 출석했을 당시 "조전혁 의원의 폭로도 수사 대상에 포함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조선닷컴이 전했다. 고승덕의 돈봉투 폭로를 계기로 한나라당에 숙정이 진행되는 것 같다.
고승덕 의원의 '돈봉투 돌리기 폭로'를 계기로 한나라당 내에서는 마녀사냥이 시작되고, 소장파와 쇄신파들은 당권 장악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희태를 겨냥한 도덕게임은 결국 한나라당의 권력게임용으로 드러나고 있다. 조선닷컴은 "이와(고승덕의 돈봉투 폭로와) 맞물려 한나라당에서 '당 해산론(解散論)'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며 "남경필·정두언 등 수도권 의원들은 6일 밤 모임을 갖고 ‘당을 해산하고 신당을 창당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는 당 비상대책위원인 권영진·김세연·주광덕 의원과 황영철 대변인도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몽준·홍준표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도 8일 모임을 갖고 "재창당을 고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사실도 조선닷컴은 전했다. 자칫하면 한나라당의 비대위가 당의 간판을 내리는 정당철거반이 될지 모른다.
박희태 국회의장 측은 9일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검찰에서 사실상 박 의장을 전당대회 돈봉투 전달의 배후로 지목한데 대해 "박 의장의 이름을 말하려면 명확한 증거를 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한 관계자는 "박 의장은 그 때 명함을 만들지 않았다. '박 의장측의 어떤 사람이 와서 돈을 주고 갔다'는 식으로 생사람을 잡아서는 안된다"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어떻게 인턴 여비서에게 300만원이라는 거금을 던지고 갈 수 있는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박 의장은 2008년 당시 낙천이 돼 의원회관을 비웠고 고 의원은 그 이후에 회관에 들어와 몇호실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고 해명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박 의장은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할 의사를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돈봉투 보낸 사람은 박희태"라는 기사에 조선닷컴의 한 네티즌(bubsan)은 "문제가 된 인물 박희태 안상수 이들은 당장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라! 그런 의혹 받는 자체가 명예에 큰 흠집이다. 그러니 법적 제재를 하기 전에 물러나야 그런대로 연민심도 받을 것이다"라고 주장했지만, 다른 네티즌(jppw)은 "(고승덕은) 왜 그땐 고발 안 하고 뭍어 갔나? 한나라당 잘 나갈 줄 알고 당분간은 같이 잘 먹고 잘 살려고 그랬던 것이 지금 보니 마음이 좀 치사하게 바뀌었나?"라고 냉소했고, 또 다른 네티즌(jhhigh)은 "여야를 막론하고 전단대회에서 돈봉투 돌리는 관행 이번 기회로 사라져야 겠지만, 그 당시에는 입에 지퍼 잠그고 있다가 뒷통수 까는 고승덕의원은 참으로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보인다. 자기는 '논개'인양 득의양양 할지 모르겠다만 김용철이 아류로 보인다"고 냉소했다. 고승덕의 폭로가 순진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전체적으로 고승덕 의원의 지극히 도덕적인 '박희태 국회의장의 돈봉투 돌리기 폭로'는 한나라당 내부의 권력다툼과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좌익세력의 선동에 악용되고 있다. 한국의 여야 정당들에서 지도부 선거 때마다 관행으로 굳어졌다고 알려진 '돈봉투 돌리기'는 부요하지 않은 출마자들과 부정하지 않는 출마자들을 위해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돈으로 권력을 사는 것은 권력으로 돈을 갈취하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도덕적 요구가 또 다른 위선적 권력게임의 도구로 전락되었을 때에는, 돈봉투 돌리기가 차라리 덜 부도덕한 경우가 발생된다. 박희태 돈봉투 사건을 계기도 더 교활하고 야비하고 위선적인 정치모리매들이 덜 교활하고 야비하고 위선적인 정치인들을 몰아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정치개혁이 정치개악이 되는 경우가 현실정치에서는 종종 있다.
지금 벌어지는 정치현상들은 막장에 도달한 한국정치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민주당과 민노당이 당의 간판을 바꾸어서 자신들의 악행을 지우고 국민을 속이려는 것이 부러웠는지, 한나라당도 당의 간판을 갈아치우려고 한다. 여야 정당들이 간판을 새롭게 바꾸어도, 그 핵심부에는 더 야비하고 부도덕한 정치모리배들이 차지할 수 있다. 전당대회에서 돈을 돌리는 관습이 뿌리 뽑히는 과정에서도, 더 야비한 악덕은 정치권에 스며들 수 있다. 돈봉투 돌리기 의혹에 대해 야당은 수사하지 않고 여당만 수사하는 것도 불공평하다. 고승덕 의원의 '박희태 돈봉투 돌리기 폭로'를 통해 더 야비한 정치모리배들이 한나라당에 날뛸 수도 있다. 한나라당 비대위의 쇄신타령으로 한국 정치판에서 부패와 퇴보가 더 심화될까? [허우 올인코리아 기자: [email protected]/]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