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된장도 분간못하는뜬금없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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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맹목적 지지자를 비꼬는 '노빠'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를 빗대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자를 '박빠'라 부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지지자들의 행태가 점점 '노빠'를 닮아 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박근혜 지지자 모임 중 하나인 '박사모'는 수도 분할 문제에 관해 열린우리당과의 빅딜설 파문을 낳고 있는 박 대표에게 대표직 사퇴를 요구한 같은 당 홍준표 의원을 향하여 '망언'이라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으며 홍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우선 박 대표에 대한 홍 의원의 요구에 대하여 국민들은 대체로 호주제 폐지와 수도 분할에 이르기까지 한나라당이 보여 준 태도와 그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 박세일 의원 등 핵심 당직자들의 줄사퇴 선언에 대응하는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 향후 사태 해결에 있어 당사자인 박 대표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반드시 부당한 요구만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홍 의원의 요구가 부당하고 무리한 것인지의 여부를 떠나 박근혜 지지자들이 홍 의원에게 의원직 사퇴를 요구할 만한 권한과 자격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홍 의원이 국민의 대표로서 부적절한 언행을 했거나 국민에 대해 책임질 일을 했다면 그것은 그들이 아닌 국민이 심판할 문제이다. 홍 의원의 금뺏지를 떼는 것은 다음 총선에서 그를 뽑아 준 국민들이 할 몫이고 다시 달아 주는 것 역시 국민이 할 일이다. 이는 일개 정치인 팬클럽이 감히 요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은 분명하다.
박 대표에 대한 대표직 사퇴 요구가 민주 절차를 무시한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난센스다. 박사모 구성원들의 기억력이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박 대표가 그 자리에 오르게 된 경위를 상기하면 그 같은 말은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대표직에 오른 것은 지난 해 4.13 총선을 앞두고 충청권 표를 의식해 수도 이전에 합의해 준 탓에 곤욕을 치르고 있던 최병렬 당시 대표가 대선 자금 문제까지 겹치며 당이 사면초가 상태에 빠지자 이회창 전 총재를 향해 해서는 안 될 한 마디 말실수를 한 데서 비롯된 것이며, 그 발언으로 인해 당내 소장파 의원을 중심으로 잇딴 퇴진 요구가 이어지자 그 또한 임기를 창창히 남겨 둔 채 중도하차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당 대표 자리를 물려 받은 박 대표가 수도 분할이라는 국가 중대사를 그르친 데 따른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하라는 당 중진 의원의 요구에 대하여는 박사모 그들의 배알이 뒤틀린다는 것이다.
따지자면 국회의원직을 버려야 할 이유는 홍 의원보다 박 대표 쪽에 더 명백하다. 3선의 중진 의원이 당 대표에게 항명성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의원직을 상실해야 한다면,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고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난 사안에 대해 국민투표나 헌법 개정과 같은 합헌적 절차 없이 차기 대권 행보를 위한 정치적 손익 계산으로 여당과 현실적 타협을 택한 야당 대표는 당 대표직은 물론 국회의원직도 버리고 정치를 떠나야 할 만큼 책임이 중대하기 때문이다. 만약 특정 집단이나 정치 외곽 세력이 나서 박 대표에게 그와 같은 요구를 한다면 박사모 그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박근혜 지지자들은 최근 그들의 연대 모임에서 매우 의미 있는 공식 선언을 했다. 박근혜 지지단체 연대는 한나라당이 아닌 박근혜 개인을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차기 대선에서 박근혜 외에 어떠한 한나라당 대안 후보도 지지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는 보수우익 진영의 분열이 가속화하고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정권 탈환이 요원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박근혜가 하는 일은 무조건 옳은 것으로 믿고 그녀가 어떤 언행을 하더라도 맹목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공식 천명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국보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북한에 특사로 방문해 김정일과 독대할 용의도 있다는 그녀가 전격적으로 고려연방제통일안에 서명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때도 지도자의 깊은 사려가 있는 것으로 믿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텐가. 그것은 남한에서 김일성 부자 신격화 체제를 답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녀가 결코 그럴 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호주제 폐지나 수도 분할도 결코 현실화해서는 안 되는 국가 중대사였다. 그럼에도 그것들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어떤 가능성을 절대 배제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은 차라리 도박에 가까운 모험일 뿐이다.
박근혜 지지자들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있다. 그들은 김대중 추종자와 노사모에 이어 제3의 개인 숭배자 집단이 되어 가고 있으며, 박근혜를 혐오하는 좌익진보 진영은 물론 그녀의 노선과 부적절한 언행을 지적하는 대다수 보수우익 성향의 국민들마저 적으로 돌리는 위험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국민들 사이에는 호주제 폐지 찬성에 이은 수도 분할 사태로 인해 박근혜의 정치 생명이 사실상 끝났다고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이 비율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이 분명하다. 다음 번 당권 선거와 차기 대선 후보 경선, 대선 본선에 이르기까지 그녀를 기다리는 굵직한 관문은 얼마든지 남아 있다. 그럼에도 보수우익의 고정 지지층을 적으로 돌리는 맹목적 박근혜 지지자들을 보면서 그동안 노빠들에 신물이 난 그들이 과연 그녀에게 언제까지 얼마나 호감을 보일는지 의문이다.
소위 '박빠'로 불리는 박근혜의 맹목적 지지자들은 더 이상 주제 넘는 방종을 삼가야 한다. 그들이 그럴수록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되는 그들의 이미지는 더욱 추해질 뿐이고 정치인 박근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며, 고 박정희 대통령의 명예는 실추될 것이다. 가치이념도, 정체성도 벗어 던진 채 오직 정치인 개인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집단은 21세기 한국 정치사회에는 더 이상 출현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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