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은 더 지났나보다. 대덕연구단지가 있는 대전(유성)에 갔다가 일어난 일이었다. 일을 마치고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반주로 소주 두병 정도와 맥주 서너병 쯤 마신 것 같다. 술이 꽤나 취해 미리 예약해 둔 Y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밤 11시가 넘었으므로 샤워를 하려고 옷을 홀랑 벗고 문가에 있는 욕탕에 들어가려는데 ‘딩동’ 소리가 들려왔다. 유성에 사는 후배가 캔 맥주를 사들고 한잔 더 하자고 오는 경우가 있으므로 수건으로 앞을 가리고 문을 열었다.
그러나 인기척이 없었다. 그 호텔은 문 앞이 복도로부터 오목하게 들어가서 조금 떨어진 복도에서도 잘 안 보이고 반대로 안쪽에서도 복도에 있는 사람이 잘 안보였다.
술에 취한 상태라서 그런지 누구요? 라고 복도 쪽으로 나가기 직전 수건을 떨어뜨렸고 문은 안에서 잠겨버렸다. 정신이 번쩍 들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 아니던가! 완전 알몸 상태인데 문이 잠겨 객실에는 들어갈 수 없고 오호 이일을 어째~
먼저 가까운 왼쪽 복도 쪽을 향해 방 하나씩 움푹하게 들어간 곳을 차례로 뛰어 그곳에 다달았다. 그러나 가서 보니 가릴 것이라고는 무거운 나무 테이블의 상판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그게 어디냐 싶어 그것을 가리개로 삼아 오른쪽 복도로 향하였다.
당시 Y호텔은 신축한지 오래되지 않았으며 규모가 비교적 큰 호텔이어서 복도가 매우 길었었다. 방 2개를 거치는데 엘리베이터 쪽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여자 2명이 내가 숨어있는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당황했던지.... 혹시나 걸리면 내가 지독한 “변태”가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다행히 그들은 내가 있는 호실로 오기 전에 딴 방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휴우~~~~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고 술기운에 의지하여 ‘에라 모르겠다’라며 오른쪽 복도 끝을 향해 두 손으로 앞만 가린 채 전력으로 달렸다. 아 다행히 그곳에 비상용 전화가 놓여있었다. 누가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로 그곳에 올까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발가벗은 온몸을 웅크리며 프런트로 전화했다.
여차저차해서 비상열쇠가 필요하니 급히 남자직원을 보내달라고..... 그리고는 다시 냅다 달려 내 방문 앞으로 뛰어왔다. 얼마나 멀게 느껴졌든지 그리고 얼마나 긴 기다림인지.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지나가면 어쩌냐고..... 얼마 후 직원이 왔는데 차마 얼굴도 못들고.....
지금도 여행이나 출장으로 외부에서 숙박을 하게 될 때면 그 때의 “홀라당 해프닝”이 떠오르며 창피한 생각이 든다. 아! 흐르는 물과도 같은 세월이여! 벌써 10여년이나 지나지 않았는가!!! 더군다나 이 밤이 지나고 나면 개구리가 튀어나오는 경칩이라네요.
초보
19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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