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사 중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정의와 평화와 나눔이 구현되는 세상을 만들도록 한가지라도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라고....

우리는 이 세 가지 정의, 평화, 나눔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는... 인간의 관점에서 보는 정의와 평화와 나눔의 세상에 매여 그 테두리 안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말씀하신 그것과 제 생각이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요? 온전히 이해하기는 불가능한 것이겠지만.... 그냥 저냥 제 생각을 써보고자 합니다.

평화가 구현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조금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신 엄마와 언제나 저를 늘 아껴주려 노력하는 내 남편과 그리고.. 사랑스런 내 자녀를 주신 것에 감사하며 서로 배려하면서 살아가고자 노력합니다. 서로 불화 없이 화목한 가정이 되고자 노력하며 주님께서 보시기에도 쪼금은 그리 비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더 넓게 세상을 보면서 저는 평화를 위해 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쟁을 일으키고 민간인을 학살하는 부시와 네오콘을 반대하고 따라서 우리나라의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의 민간인을 계속해서 죽이는 이스라엘을 반대하고, 북한과는 전쟁을 통한 해결보다는 평화를 통한 해결을 바랍니다. 이는 우리 가톨릭의 입장과도 비슷하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지 그렇게 생각만 합니다. 제가 하는 실천적인 행동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나눔이 구현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이 또한 말로는 “나누어야 한다. 나누어야 한다‘ 하면서도.... 기껏해야 매달 굶어 죽어가는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민족화해위원회로 얼마만큼의 성금을 보내는 것... 1년에 2-3번 구족화가의 카드를 사주는 것... 그리고 가끔 TV를 보면서 ARS로 성금을 보내는 것... 길에서 만난 장애우들에게 돈 천원 넣어주는 것... 그것 외에는 나누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고것 나누고는... ”나는 그래도 내 것 쫌 나눠줬지~~.“ 하고 위안하고 있는 제 꼴이 우습습니다. 저도 재물의 노예가 되었는지... 나눈다고 생각하면 재물만 먼저 떠오르니... 정말 한심한 모습입니다.

지난 번 묵상말씀에 무재칠시 (無財七施) 란 것이 나왔는데... 이렇더군요.

바라보는 눈으로 기쁨을 주는 목시(目施),

웃는 얼굴로 기쁨을 주는 안시(眼施),

말로 위로와 격려를 주는 언사시(言辭施),

몸으로 남의 일을 도와주는 신시(身施),

마음으로 타인에게 너그러움을 베푸는 심시(心施),

내가 앉은 좌석을 양보하는 좌석시(座席施)

잠자리나 먹을 것을 제공하는 방사시(房舍施),

하루에 한 가지라도 꼭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겠습니다. 호의와 친절은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의 삶이라고도 하니까요.

그 다음...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정의가 구현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정의란 무엇일까요? 가톨릭 주교회의에 있는 교리에서 이런 구절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하느님 나라는 ‘주님께서 세상을 다스리러 오시어 온 세상을 정의로 다스리시고 만백성을 공평하게 다스리시는 것’ (시편 97,9 참조)

‘하느님 나라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착한 사람이 죽은 다음에 가는 천국’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지상 생활에서부터 하느님의 다스림이 이루어지고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것을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는 일에 동참하기를 바라셨고, 그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모든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마태 5,13-16 참조).

그러므로 우리는 이 세상이 악에 물들어 썩지 않도록 소금의 역할을 하여야 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드러냄으로써 어둠을 밝혀 주는 빛의 역할을 하여야 합니다.

즉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우리에게 가르치러 이 세상에 오셨고...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의 다스림이 이루어지고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세상이고... 우리는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이 세상이 악에 물들어 썩지 않도록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고...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드러내어 어둠을 밝혀주는 빛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악에 물들어 썩지 않도록 하는 소금의 역할과.. 어둠을 밝혀주는 빛의 역할....이것이 우리가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하여 행동해야하는 지침인가 봅니다. 제가 과연 소금과 빛의 역할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어떤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인혁당 사건의 희생자에게 무죄가 선고된 사건이 있었지요. 인혁당 사건에 대한 무죄판결에 기뻐하며 우는 희생가 가족을 부둥켜안고 계시는 허연 수염이 가득한 낯익은 분... 인혁당은 악에 물 들은 사회가 저지른 사건이라 생각하시고... 이런 어둠과 불의를 밝히고 30년 이상을 꾸준히 투쟁한 분이 계십니다. 바로  문정현 신부님이십니다. 그 신부님은 법원에서 희생자들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진 뒤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새벽에 사형된 그들의 억울한 죽음에 항의하다가 차에서 떨어져 평생을 지팡이에 의지해 살아오면서도  불의가 있는 길 위에서 비켜날 줄 몰랐다 합니다. 수인번호 1003번의 죄수로 갇혀서도, 수차례의 투옥도, 부상도 그를 막아 세우지는 못했다 합니다. 불의한 권력에게 문신부님은 늘 기피인물이었고 불순세력을 조종하는 수괴, 깡패신부, 빨갱이신부라는 딱지도 달라붙었다 하지요.

저는 그 기사를 접하고 더욱더 문신부님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문정현 신부님이야말로 정의로운 하느님 나라를 실천하기 위하여 자신의 몸을 바쳐....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떤 실천으로 정의사회를 위하여 한걸음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곰곰이 생각하면서 오늘 밤은 마음이 편치 못해 불편한 잠을 청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멀리만 있는 것 같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