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변화 안하면 중·러도 미국에 협력
동북아워치
박용옥 朴庸玉·한림대 교수·전 국방부 차관
2001년 9·11 테러 이후의 국제안보환경을 한마디로 특징짓는다면 ‘안보의 세계화’ 또는 ‘위협의 세계화’라 할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성을 들 수 있다.
첫째, ‘테러’의 ‘전략무기화’ 가능성이다. 특히 생화학무기와 결부되는 경우 테러는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 ‘가난한 자의 핵무기’가 될 수 있고, 개인, 단체, 국제연대 등에 의해서도 무차별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미 의회에서 행한 ‘2004년 국정연설’을 통해 다시 한번 미국은 테러를 사법조치 대상으로서의 ‘범죄행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양상의 ‘전쟁행위’로 간주하며, 따라서 테러에 대한 대응도 ‘법질서확립’ 차원의 대응이 아니라 전면적인 ‘군사적 대응’을 통해 테러의 근원적 제거를 추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둘째, 미국은 반테러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선제공격’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군사정책을 수립했고, 그 대상도 ‘테러리스트 및 테러지원국’으로 국한 하지 않고 ‘대량파괴무기 개발 불량국가 및 독재국가’로 확대했다. 9·11 테러 한 달 후인 2001년 10월에 개전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2003년 3월에 개전한 이라크 전쟁이 그것이다.
지금 국제사회는 이라크 다음의 반테러 전쟁 대상에 대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전쟁 명분이 대량파괴무기 개발·보유 능력의 근원적 제거 및 독재자 축출이었다는 점에서 볼 때,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개발 의혹, 다량의 생화학무기 보유 추정, 과거 국제 테러지원 경력, 폭압적인 김정일 독재체제 등을 결코 무관심하게 지나칠 리가 없을 것이다.
셋째, 9·11 테러 이후 반테러·반확산·반독재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의 단호한 입장과 과감한 정책은 현재 그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반테러 전쟁을 위해서는 일방적인 행동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며, 미국과의 우호·동맹관계를 평가하는 기준도 미국의 반테러 전쟁 수행에 대한 협력 여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하고 있다.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 등 전반적인 재조정 조치도 반테러 전쟁의 효과적 수행을 위한 군사조치의 일환인 것이며,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도 그 일환인 것이다.
작년 10월 이란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강제사찰 수용 선언, 12월 리비아의 대량파괴무기 포기 선언, 금년 1월 초 북한의 미국 민간대표단 초청 및 영변 핵시설 공개 및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기대 적극 표출 등은 모두 미국의 단호한 자세에 기인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 자신은 금년 국정연설에서 이런 외교적 효과는 “말이 신뢰할 만해야” 한다면서 “지금 누구도 미국의 말을 의심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향후 동북아 및 한반도 상황도 미국 주도 반테러 전쟁의 성패 여부와 결코 무관할 수 없다. 지금 미국이 주도하는 반테러·반확산·반독재 전쟁은 매우 성공적이며, 앞으로 더 강력히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적 국제질서가 점점 뿌리를 내리는 가운데 일본,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 등의 대미협력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이 동북아 및 한반도에 대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가?
첫째, 북핵문제 6자회담은 미국과 중국의 주도적 역할에 의해 계속될 것이나 미국은 대북 강경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대미견제 차원에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계속 주장할 것이나 북한의 부정적 또는 거부적 자세가 계속될 경우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에 협력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적 국제질서 하에서 북한을 이용한 대미견제 보다는 미국과의 협력을 통한 국익증진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북핵문제는 대만문제와도 관련될 수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적 제휴를 유지하기 위해 ‘하나의 중국’ 정책을 확고하게 유지하면서 대만의 독립운동은 철저히 억제할 것이다.
중국 또한 미국의 이런 입장을 확인할 때, 한편으로는 대만문제에 대해 여유를 가지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북핵문제에 대해 미국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북한이나 대만이 북핵 6자회담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일 것이다.
셋째, 북핵 관련 한국의 대북정책, 이라크 추가파병, 주한미군 재배치 관련 대미 협력 등 현안문제들은 향후 한미동맹관계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한·미 간 상호신뢰 및 동맹의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나라는 대표적인 ‘불량국가’이자 ‘악의 축’의 일원이기도 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계획과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에 대처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북한에 대해 계속 일방적으로 미소를 띠면서 한반도 평화가 도래하기를 막연히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반테러·반확산·반독재 전쟁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불량국가들의 테러지원과 핵무기 등 대량파괴무기 보유를 방지하려는 국제적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인가를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미래한국 2004-02-04 오후 6:25:00
76586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