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을 빼앗기고도 미소짓는 김연아


스케이팅을 마치고 점수를 기다리던 김연아가 잠시 후 웃었다. 그냥 웃는 게 아니라 뭔가 허전한, 그러면서도 못내 아쉬운 그런 웃음이었다. 만감(萬感)이 교차했을 이 세계적 영웅이 러시아의 ‘자국 개최 프리미엄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그것은 동시에 심판들의 한계이기도 하고, 스포츠계에 존재하는 부정부패의 일면을 세계 만방에 알리는 꼴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불공정 심판에 비난을 쏟아냈다. 러시아 선수가 잘 하긴 했다. 하지만 스탭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 점프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펴보면 김연아의 기량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아마추어들이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러시아 관중들의 열화 같은 응원에 심판들이 도취되어 러시아 선수에게 기량보다 후한 점수를 준 것은 분명하다. '자국 개최 프리미엄'을 넘어 뭔가가 존재했다는 설도 있다.

<대한민국을 빛낸 영웅...그 이름 김연아!>

올림픽이든 월드컵이든 자국 개최의 프리미엄은 조금씩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렸을 때도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불공정 심판을 제기했었다. 그 당시 그 쪽 나라 사람들은 한국을 원망했으며, 심지어는 자기 나라를 찾은 한국 관광객들에게 욕설까지 퍼부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분노는 사라지고 다시 평상심으로 돌아가곤 했다.

<최선을 다 한 김연아...>

김연안의 은메달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분노하거나 상대 선수를 매도할 게 아니라, 가장 본질적인 문제, 즉 심판의 자질을 문제 삼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세계 언론이 이를 공론화하고, 새로운 채점 시스템을 도입해 부정이 줄어들게 해야 한다. 그것이 김연아가 세계 스포츠계에 남긴 과제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가 여왕이야...>

날을 새가면서 김연아를 지켜본 국민들의 마음이야 얼마나 아프겠는가. 완벽에 가까운 '클린 경기'를 보여준 김연아가 은메달이라니,하고 한탄했을 것이다. 더구나 러시아 선수는 점프 후 순간 흔들렸다. 그러나 김연아가 밝혔듯이 김연아 자신도 100% 소화해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점프에 파워가 약간 줄어 있었다.

<비꼬는 만평>

경기가 끝난 후 김연아가 지은 웃음은 미소가 아니라 헛웃음이었다. 그 헛웃음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불공정 심판에 대한 조소와 약간 부족한 경기 내용에 대한 자탄이 섞여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 언론은 여전히 김연아를 '진정한 퀸'으로 여겼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금세기에 김연아 같은 선수가 다시 나올까. 비록 은메달에 그쳤지만 김연아는 세계 스포츠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우리의 영웅이여, 이제 ‘점수 매기는 스케이팅은 하지 마라.’ 대신 마음껏 즐기고, 멋진 남자도 만나 데이트도 하고 사랑도 하라. 기회가 오면 후배들을 양성해 제2의 김연아를 길러내라. 그게 국민들이 바라는 바다. 그대가 있어 우리는 행복했다. 그것만으로도 김연아에 대한 가치는 충분하다. 우리의 영웅이여, 이제 마음껏 즐겨라!

<울고 있는 김연아 엄마와 한국 응원단...불공정은 스포츠도 망치고 정치도 망쳤다. 그게 우리가 얻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