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대한민국국회 원희룡 의원님께
2005-03-13 20:40:36
저는 어제 공개토론을 하고 싶다는 윈희룡 대한민국 국회의원님의 제의에 대해 수락의 의사를 전달하는 영광을 가졌습니다. 원의원님께서 제의하신 공개토론은 분열돼 가는 사회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하여 반갑기 이를 데 없습니다.
예를 들면 의원님께서는 스스로를 [합리적 보수]라 자칭하시지만, 저는 남들에 의해 [꼴통보수] 또는 [극우]로 낙인찍혀 있는 사람입니다. 의원님께서 제기하신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공개적으로 토론을 한다면 많은 국민들이 “아! 저런게 합리적 보수이고, 저런 게 꼴보수구나!” 이해하게 될 것이고, 이는 또한 많은 국민들에게 이 사회가 어떤 문제들로 인해 분열돼 가는구나 하는 원인에 대해 납득할 수 있게 할 것으로 믿습니다.
최근 한승조 교수님이 일본 잡지에 한국정부가 주도하는 과거사규명에 정치적 음모의 성격이 있다는 것을 폭로하면서, 앞으로 한국국민과 일본국민은 과거를 덮고 새 지평을 열어가야 한다는 것을 제의하는 논문을 썼습니다.
“과거는 불행한 일이지만 당시의 시대상황을 고려하면 서로 이해하고 덮을 수 있는 면이 있으니 그것으로 자위하고 미래를 열자. 당시는 세계열강들이 식민지 쟁탈전에 몰입돼 있었다. 일본도 명치유신을 통해 문호를 개방하고 부국강병 정책을 줄기차게 추구했다. 일본은 러시아와 싸워서 이겼다. 그 여세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전체를 점령했다. 반면 조선은 쇄국정책을 고수하면서 서로를 모함하는 망국의 행태를 보였다. 그래서 누군가에는 먹히게 돼 있었다. 어차피 먹히는 바에야 러시아에 먹히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만일 일러전쟁에서 러시아가 이기고, 조선이 러시아에 흡수됐다면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당한 것보다는 비교가 안될 만큼 당했을 것이다. 원자탄으로 일본이 손을 들었을 때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얻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돌려 증오심을 접어야 한다.”
이런 뜻으로 ‘축복’이라는 낱말이 사용됐습니다. 이는 낱말 선택의 문제이며 노 교수에게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실수라고 접어줄 수 있는 사안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언론들은 그에게 해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일제히 달려들어 “저 교수가 일제를 축복이라 했다. 망언이다. 저놈 때려라!” 하는 식으로 공격했습니다. 이 말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흥분하지 않을 사람 없습니다. 이 말에 흥분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이 언론 공격은 비이성적인 테러였습니다. 이로 인해 그와 그 가문의 인격이 다 함께 살인됐고, 그들은 이웃에 모습을 나타낼 수 없게 됐습니다.
“한승조 교수가 이런 망언을 했다!”
“일본의 어느 장관이 이런 망언을 했다!”
한국 언론들은 종종 일본 인사들의 “망언”을 보도해 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한국인들은 한승조 교수에게 향했던 것과 똑같은 증오심을 일본을 향해 키웠습니다. 이제 한승조 교수의 경우를 보니, 한국 언론이 그동안 보도해온 [일본 인사들의 망언 보도]에도 상당한 하자와 왜곡과 몰이해가 있었겠구나 하는 의심을 갖게 합니다. 한국 언론의 신뢰성을 체크하기 위해서라도 젊은 지식인의 상징으로 알려져온 원의원님께서 한교수의 논문을 꼼꼼히 읽으시고 공개토론에서 의원님의 입장을 표해주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의미에서도 저는 원의원님의 공개토론 제의를 매우 감사하게 여기고 있으며 하루 속히 이루어지기를 학수고대합니다. 만일 공개토론 시간이 부족으로 우리가 서로 나누고 싶은 의견들의 주제가 모두 토론되지 못한다면 인터넷상에서 따로 장을 마련하여 주제별로 토론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먼저 어느 방송사가 나사서 우리의 뜻을 실현해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한가지 부연할 게 있습니다. 진중권 중앙대 교수는 인터넷 세계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좌익 논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방송에서 스스로를 좌익이라고 밝혔습니다. 그가 국가발전을 위해 얼마나 애국적 일을 했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저를 "매국노 같은 사람이요 저 같은 사람 때문에 조국이 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거기에서 저는 "나는 미국에 가서 공부하면서 미국인을 이긴 사람이다"라는 하나의 실적을 말해주었습니다. 미국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여 같은 클라스에서 미국인을 이기는 것도 분명 애국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저 자신을 자랑한 것처럼 인식될 수 있는 말을 했습니다. 그것을 제가 일부러 한 자랑이라고는 생각하시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저를 내세우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의원님의 건강과 가내 평안하심을 빌어 마지 앉습니다.
2005. 3. 12
[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 www.system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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