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프리존 www.freezone2005.com)
지금 프리존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천명한 ‘자주노선’에 대한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노 대통령이 최근 쏟아내고 있는 자주노선과 관련한 발언들이 국익에 이로운지 해로운지에 대해서도 토론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한-일관계 관련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노 대통령은 외교상의 관례를 깨고 일본을 향해 일전을 불사할 것 같은 강력한 항의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국민들의 민족감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격정적인 글로 채워져 있다.
프리존의 일부 네티즌은 이에 대해 우방국인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큰소리를 뻥뻥 치면서 북한에는 왜 그런 말을 하지 못하느냐고 따지고 있기도 하다. 다른 프리즌은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국내정치적으로 치밀하게 계산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나라당의 적절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 외부의 시각은 어떠한가. 한나라당은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다.
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일 등 남방 3각 동맹에 갇혀 있을 수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해 “노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 국민 모두가 꿈꾸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 발언은 ‘한국의 현실’이 아닌 ‘노무현 대통령의 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꿈과 현실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대변인은 또 “지금 세계는 ‘자주’보다 ‘상호의존의 동맹’으로 가고 있다”면서 “경제 역시 잘 풀려가는 매끄러운 국제관계 속에 있어야 글로벌하게 화려하게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자주’냐, ‘상호의존의 동맹’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기존의 남방 3각동맹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여권 주류를 관통하고 있다. 이 말은 한-미관계나 한-일관계를 재조정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만약에 한국정부가 실질적으로 이런 기조에서 외교정책을 펴 나간다면 동북아질서는 격심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정말 새로운 운명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국제질서의 틀이 생성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국내적으로 세력교체가 진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기존의 친구들을 멀리하고 새로운 친구를 찾고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자주노선’이 무엇을 의미하고 이 노선을 추구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사실 자주노선은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 제기한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 북한이 국제사회에 천명한 외교노선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자주노선에서 힌트를 얻어 자주노선을 추구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자주노선을 추구한 북한의 사례를 들어 향후 자주노선의 운명을 점칠 수는 있다.
북한이 자주노선을 천명한 것은 나름대로 생존을 위한 하나의 방식이었다. 김일성은 스탈린의 무자비한 독제체제를 북한에 이식한 후 소수령(小首領)으로 행세하고 있었다. 그런데 1953년 스탈린이 죽고 난 후 김일성으로서는 난감한 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스탈린을 이어 소련의 지도자로 부상한 흐루시초프가 1956년 스탈린 격하운동을 전격적으로 벌인 것이다. 소련은 북한에도 압력을 가해오기 시작했다. 김일성은 소련의 압력에 굴복해 자신에 대한 개인숭배를 중단시켰다. ‘수령’이란 말이나 ‘경애하는 지도자’란 말도 쓰지 말도록 했다. 흐루시초프의 스탈린 비판은 중국과 소련 사이에 수정주의-교조주의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살 길을 모색하던 북한이 생각해 낸 노선이 자주노선인 것이다. 소련과 중국의 간섭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노선은 사상에 있어서 주체, 정치에서의 자주, 경제에서의 자립, 국방에서의 자위로 나타났다. 그 내용은 한 마디로 “나는 스스로 고립의 길을 가겠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들을 지켜보면 북한의 4자 노선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국제적 고립의 길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자주의 길을 가게 될 경우 종착점은 어디가 될까. 아마 서서히 지금의 북한과 닮아 갈 것이다. 경제는 파탄이 나서 수많은 사람들이 먹을 것을 찾아 거리를 헤맬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철저히 고립돼 외교무대의 미아가 될 것이다. 어쩌면 이런 자주노선이 민족적 자존심을 살리는 것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알량한 자존심을 세우려다 영원히 국민들 전체를 거지나 노예로 전락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꿈에도 들지 않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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