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의 폭로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심정은 있었지만, 드러나지 않았던 물증이 세상 밖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이미 천성관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기업인들에게 지속적으로 뇌물을 받아왔다는 게 밝혀졌지만, 그 뇌물로 ‘후배들에게 너무 잘해주어서’라는 어이없는 이유로 수사하지 않았다.
정씨의 폭로로 뇌물 명단에 오른 자들은 다른 검사들도 다 그러는 데, 하필 내 이름이 거론되나 하면서 재수 되게 없다는 식으로 치부하면서, 여태까지의 관행대로 검사로서의 특권을 믿고 시간 가기만 기다릴 것이다. 이번 사건, 아니 이번 파동이, 아니 검찰을 개혁할 절호의 기회가 시간이 지나면서, 검찰 권력의 위상만을 재확인하면서 유야무야 넘어갈 가능성이 아주 크다.
“온 국민이 천안함 사건이라는 국가적 중대사태 속에서 심려하고 있을 때 물의를 빚은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참으로 면목 없는 일”이라는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보면, 한 지방 검찰청에만 국한된 일이고, 정씨 일인만에 의해 벌어진 일로 축소하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본질을 왜곡하기 바쁘다. 근원적인 처방에는 관심이 없는 목전의 당혹스러움만에만 관심이 있는, 전혀 국무위원답지 않은 처신이고 안목이다.
검사들에게 크게 잘못된 관행이 있었슴을 시인하고,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검찰 자체적으로는 불가능하니, 견제하는 기관을 조속히 만들어달라는 발언을 해야 국가와 민족을 걱정하는 자세가 아니겠는가? 우리는 언제나 이런 우국충정을 지닌 국무위원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는 언제나 역시 아무개 장관이야 하며, 진심으로 존경심을 갖고 믿고 따를 날이 오는가?
검사가 그리 좋은 직업인가? 하루 종일 죄인을 만나고, 죄인과 비슷한 언사를 써가며 죄를 불도록 다그치는 일이 그리 좋은 일인가? 타의에 의해서든, 승진욕에 불타서든, 정직한 사람 불러다, 없는 죄 뒤집어 씌우는 게, 그리 좋은 일이라서 수재들이 모두 몰리는가? 사법경찰을 지휘하고 감독해서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유린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존재하는 기관이 검사이다.
경찰이 수사를 공정하게 한다는 게 보장만 된다면, 검사는 불필요하다. 검사가 하는 일도 상식적인 사람이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다. 대단하지도 않은 직업이 현실적으로 대단한 데에는 엄청난 과장, 음모, 허위, 허세가 있다. 이미 경찰이 조사한 사안을 쓸데없이 재차 확인하는 시간에 그 좋은 머리로 기초과학을 연구한다면, 나라 발전에 훨씬 더 기여하는 일이 될 것이다. 전혀 불필요함에도, 대단한 것처럼 위장해야 하기 때문에 검사는 가식 덩어리일 수 밖에 없고, 자신들의 가식을 숨기기 위해 권위와 특권에 의존하면서, 국민들의 생활과 생명을 옥죄고 있다.
수사와 기소를 경찰에게 맡기고 검찰 한번 없애 보자. 내가 보기에는, 그 폐해가 전형적인 옥상옥 기관인 검찰에 의한 폐해보다 훨씬 적을 것 같고, 국민들에 의해 더 효율적으로 통제될 것 같다. 민주주의에 전혀 합당하지 않은 권위주의적 기관인 검찰 조직을 해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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