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세 걷어 북한에 퍼주겠다?
대통령의 8.15경축사 전문을 읽어보았다. 내용의 건전성과 진정성을 떠나 8.15경축사 전문은 체계가 없고 논리가 없고 대통령직에 어울리는 우아함이 없다. 대포집에서 한 마디씩 할 수 있는 짧은 단문들을 산만하게 나열해 놓은 메모장 같다는 것이 필자의 느낌이다. 내용을 보면 철학도 없고, 비전도 없다. 그런데 무서운 가시가 두 개나 들어 있다. 그 가시가 중요하기에 다른 말들에는 영양가가 들어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시대는 과거이고 이제부터는 선진화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문장이 뜨인다. 가슴에까지는 와 닿지 않는 말이다. 이 말은 오히려 김문수로부터 수도 없이 들어왔다.
오늘의 8.15는 광복절이기도 하고 건국절이기도 하다. 따지자면 건국의 의미가 더 크게 들어있는 날이다. 그런대 대통령은 8.15의 의미를 광복절로 대폭 축소했다. 이는 건국의 의미를 부정하는 좌익 노선에 서서 경축사를 작성했다는 뜻이다. 이는 이명박이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인지를 의심케 하는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서 결코 가볍게 흘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정한 사회’라는 말도 뜨인다. 강자와 약자, 부자와 서민, 지역과 지역, 노와 사가 모두 공정하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대통령의 꿈이며 그래서 규제개혁, 교육개혁, 학자금보조, 보금자리주택, 미소금융, 일자리창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존 정책을 꾸준히 수행하여 매우 성공하고 있다는 자랑이 들어있다. 이러한 정책들이 과연 공정한 사회를 위한 프로젝트인지도 모르겠고, 개혁의 대상에 들어갈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러한 정책들이 성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이것저것 해본 소리로만 들린다.
위험한 헛소리도 들린다. 지금 남북한 간의 관계는 교류니 협력이니, 평화니 공존이니, 이런 단어들이 조금도 끼어들 수 없는 팽팽한 대결의 관계다. 북한을 고사시키는 단계인 것이다. 이런 막중한 시기에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천둥벌거숭이처럼 북한과 평화적 통일을 도모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밤중인 것이다. 또한 건국개념을 부정한 대통령이 통일을 하겠다면? 그 통일이 과연 우리식 흡수통일이 되겠는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통일세를 걷어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고 경제공동체를 형성하겠다? 민족공동체를 형성시켜 평화적으로 통일을 하겠다? 모두가 김대중과 노무현으로부터 늘 들어오던 이야기들이다. 집권 후반기를 맞아 통일세를 걷자는 것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북한에 퍼주기를 시작하겠다는 음산한 말로 들린다. 우리는 바짝 긴장하고 적극 막아야 한다.
이명박 식의 통일이 무슨 통일인지, 그것부터 먼저 밝혀야 할 것이다. 그런 통일이 과연 실현될 수 있는 것인지 그에 대한 비전부터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이 이명박 식의 통일과 그런 통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비전에 동의하는지 투표부터 실시해야 할 것이다. 그 후에야 비로소 통일세를 거론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당연한 절차를 무시하는 것을 보면 4대강처럼 바람잡이 식으로 통일세를 걷고, 바람잡이 식으로 북에 퍼주는 행위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 온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를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음산하게 들리는 것은 개헌이다. 항간에는 이재오가 개헌의 고삐를 쥐고 나설 것이라는 소문들이 파다하다. 이재오는 그동안 헌법3조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끈질기게 펴왔다. 헌법3조는 북한 땅을 언젠가는 수복해야 할 우리 땅이라고 정해놓고 있다. 헌법 4조는 통일을 해야 하며 그 통일은 적화통일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식 통일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3조가 없어지면 헌법4조도 자동 폐기된다.
북한의 입장도 우리와 똑같다. 북한 역시 남한을 미국의 지배를 받는 괴뢰정부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수복하여 적화통일을 이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북한은 남한을 북한 땅이라 하고, 남한은 북한을 남한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남북한이 처한 대결구도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가 먼저 영토조항을 삭제하겠다는 것은 북한은 남한의 소유권을 포기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남한만 일방적으로 북한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주한미군도 철수해야 하고 국가보안법도 자동 폐기되는 것이다. 속임수즉 사기를 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좌익들이 끈질기게 추구해온 음모이며 아마도 이재오가 추진하는 개헌이라면 이런 개헌이 아닐까 생각한다. 참으로 기분이 나쁜 항목이 아닐 수 없다.
1990년대 말, 북한이 붕괴할 시점에서 김대중이 북한에 퍼주어 북한정권을 회생시켰듯이 지금 북한이 멸망할 위기에 처하게 되자 다급하게 통일세를 걷어 회생시키겠다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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