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아이들은 굶주림과 세뇌교육, 상호 감시와 폭력 속에서 미래를 저당 잡힌 채 살아가요. 대학에 가서 저처럼 어릴 적 트라우마를 안게 된
아이들에게 봉사하고 싶어 심리학을 공부하게 됐어요."
새해를 불과 며칠 앞둔 신촌 거리.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 보일락
말락한 작은 키의 가냘픈 여대생이 당차게 걸어 나왔다. 서강대생 김은주 씨(28)다.
11세 때 북한에서 도망쳐 나와 중국
훈춘ㆍ다롄ㆍ상하이, 몽골 고비사막을 거쳐 한국에 온 지 7년째. 단지 먹고살기 위해 어머니와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 갔지만 인신매매를
당하고 북송됐다 다시 도망쳐 나와 중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산 지 9년 만에 한국에 올 수 있었다. ...............
작년 2월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강제북송 중단을 호소하는 편지를 읽으며 그녀는
울었다.
남한에서 제대로 살아보고 싶어 동급생보다 다섯 살 많은 나이에도 일반고를 다니며 자신의 앞가림을 하기에도 바빴던
그녀이지만 북한 상황에는 저절로 눈이 간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처럼 지금의 북한은 당시와 달라졌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인민에게 선물정치를 하던 김일성이 죽고 당 간부에 대한 선물정치를 해 온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이 집권했지만 폭력정치와 경제 파탄이
지속되자 주민들 충성심도 떨어졌다고 한다.
"전에는 `(김일성) 장군의 아들`이 최고라고 했지만 지금은 `장마당(북한 시장)의
아들`이 제일이라고 한대요. 목숨을 이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
신산했던 김씨 삶에선 북한이 과거라면 남한은 미래다. ......
남한에는 자유와 꿈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김씨는 "내년엔 취업이 목표"라며 활짝 웃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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