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시절 고등학생이였던 나는 명동성당에서 영세를 받을 때 , 김수환추기경이 나와 직접 미사를 집전해주신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참 젊었었던 분이였고, 추기경이라는 직함이 웬지 잘 어울리는 분이란 생각을 가졌었다. 그리고 훗날 그는 수많은 역사의 질곡 속에서 그는 언제나 우리 곁에 서있던 분이였다. 천주교가 가지는 보수성에 비하면 "민주화운동"의 약간의 모순속에 있었고, 아마도 역사는 그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아직 미지수가 될 것이다.
이상하게도 천주교의 행보는 오히려 친불교적이였고, 반기독교적인 입장을 가진 듯 보였다. 천주교의 신부와 조계종의 스님들이 결혼을 안하고 가정을 가지지 않는 다는 점에서 보면 오히려 기독교의 목사님들 보다는 덜 세속적이라고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주교는 역사속에 단 한번도 그 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중심속에 중심이 김수환 추기경이였다. 개인적으로는 김수환 추기경 보다는 지학순 주교를 더 좋아했던 나지만 그렇다고 김수환 추기경의 위상을 '성자"의 범주에서 빼본적이 없을 정도로 그는 대한민국의 "어른"역활을 했어야만 했다.
"어른"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편을 가리지 않는 존재들이고, 공평무사한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김수환은 그 역활을 잘 감당했었다. 우편에 서있는 사람들에게는 좌에 서서 이야기 해줘야 했고, 좌에 서있는 사람에게는 우편에서 이야기 해주는 입장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좌에서 이야기 해주길 바랬지만 그는 그렇게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어른의 역활이 뭔지 잘 아시는 분이였다.
아래 "머없세"님이 조갑제 사이트에 올린 글을 보고, 사람들이 김수환에게 가지는 이미지가 얼마나 서로 상이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는 좌에서 보나 우에서 보나 그냥 "어른"의 역활만 했을 뿐이지 한쪽으로 치우친 적이 거의 없는 사람이였다. 그런 의미에서 "회색분자"라고 욕하는 사람도 보이고, "기회주의"적 처신의 달인이라는 사람도 보인다. 이미지가 "고건"이라고 하는 분도 보인다. 하지만 그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던 공평무사했던 우리 시대의 "어른"이 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김수환 추기경이 서거소식을 들으니 갑자기 한시대가 끝났다는 이상한 슬픔이 내게는 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부디 주님의 품에 안식을 가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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