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1인당 수자원량이 1512㎥(7560드럼 분량)에 불과해 일찌감치 ‘물 부족 국가’로 분류돼 왔다. 특히 올해는 평균 강수량이 예년의 48%로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어 물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각별한 것 같다.

정부도 다양한 물 정책을 내놓고 있다. 상수도 관리를 민간에 위탁해 경쟁력을 키워 해외에 물 관리 기술을 수출하자는 ‘물산업 육성’이 대표적이다. 빗물도 모아 활용하고, 수돗물까지 페트병에 담아서 팔겠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열린 물의 날 기념식에 보낸 축사에서 “물 산업을 녹색성장을 견인할 주력 산업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물’이라는 ‘상품’을 한껏 활용하자는 얘기다.

뿐만 아니다. 정부는 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준설 등을 통해 물그릇을 키우는 4대강 정비 사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토해양부도 강원·경북 지역 가뭄을 거론하며 물 확보를 위해 중소규모 댐을 추가 건설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광동댐에서 물을 공급받는 강원 태백·정선 지역을 제외하면 제한·운반 급수 지역은 우물과 소규모 관정에서 물을 공급받는 산간 지대다. 댐을 짓는다고 가뭄이 즉각 해소되지 않는다. 댐을 위해 물 부족을 구실로 삼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물은 ‘상품’뿐 아니라 ‘인질’이기도 한 것 같다.

물은 공기나 자연과 같은 공공재다. 공공재의 상품화는 가격 상승을 불러일으키거나 훼손을 초래한다. 물 산업 육성에 대해 많은 이들이 수돗물 값 상승을 걱정하고 있다. 물 확보용이라는 4대강 사업과 댐 건설이 오히려 물(하천)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모든 것이 상품이 될 수는 없다. 물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 물의 위기를 걱정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