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신부전증을 앓아 신장 이식을 받으려 했지만 병원을 찾지 못했던 아랍에미리트(UAE) 환자가 서울대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신장이식을 받았다. 서울대병원은 4일 "UAE 국적의 술탄(Sultan·58)씨가 지난달 6일 아들의 신장을 이식받고 27일 퇴원했다"고 밝혔다. 술탄씨는 평소 고혈압과 비만으로 '허혈성 심질환'을 앓았다. 허혈성 심질환은 심장에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에 지방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병이다. 2010년과 2011년에는 증상이 심해져 두 차례 수술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술탄씨의 건강이 매우 나빠졌고, 설상가상으로 말기 신부전증까지 생겼다. 신장 이식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독했다. 다행히 그의 첫째 아들 모하메드(Mohamed·30)씨가 술탄씨와 혈액형이 같아 신장을 이식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UAE에는 신장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없었다. 술탄씨 가족은 수소문 끝에 신장이식 수술을 잘한다는 중국의 한 대학병원에 수술을 요청했다. 하지만 "심장이 좋지 않은 환자는 수술해주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술탄씨가 마지막으로 희망을 건 곳이 바로 서울대병원이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4월부터 UAE와 협약을 맺고 외국인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UAE 환자 384명이 한국에서 진료를 받았고, 올해는 1400명 이상이 진료를 받을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예상하고 있다. 술탄씨와 모하메드씨는 지난달 6일 성공적으로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진행한 민상일(38)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심장이 장시간 마취를 견뎌줘야 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수술이었다"며 "술탄씨가 4시간의 긴 수술을 견뎌줘서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건강을 회복한 술탄씨는 지난달 27일 아들과 함께 UAE에 있는 가족에게 돌아가면서 "평소 잘 알지도 못했던 한국에서 새 생명을 얻게 돼 감사하다. 코리아 닥터 베리 굿(Korea doctor, very good)"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