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남정호] “뉴욕 한인회장 선거에 각기 20만 달러 (2억7000만원) 이상씩 쓰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NYT)에 현지 한인들을 낯 뜨겁게 하는 대문짝만 한 기사가 실렸다. 29일 치러지는 뉴욕 한인회장 선거를 도마에 올려놓고 한껏 난도질하는 내용이었다. 기사는 “한국인 두 사람만 모이면 협회를 만든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시작으로, 뭉칠 줄 모르는 한인 사회의 고질병을 여지없이 까발렸다. 그러곤 “32만여 명이 사는 뉴욕·뉴저지 지역에 1000여 개의 한인단체가 난립해 있다”고 지적했다. ‘뉴저지 한인회’ ‘대뉴저지 한인회’ ‘대남부 뉴저지 한인회’ ‘중부 뉴저지 한인회’ 등 왜 나눠졌는지도 알 수 없는 고만고만한 협회들도 죄다 열거됐다.
각종 단체가 난립한 탓에 뉴욕한인회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런 터라 NYT는 한인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후보들이 너무 많은 돈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며 “뉴욕한인회보다 훨씬 중요한 일을 하는 단체가 여럿 있다”고 꼬집었다. 한인사회 일각에선 해외 교포 참정권 부여가 한인회 선거 과열을 불렀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선거가 벌어지면 해외 교민들의 발언권도 높아져 자연 한인회 회장 자리가 꽤나 힘쓰는 감투가 될 거란 얘기다.
한인들의 정서를 제대로 알 수 없는 미국 언론으로선 이해 못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낯선 땅에 살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기존 단체와 조금만 맘이 안 맞아도 딴살림을 차리는 행태는 어떻게든 정당화하기 힘들다. 이번 NYT 보도를 계기로 한인단체들이 통합과 협력의 길을 모색한다면 그나마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남정호 뉴욕 특파원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