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어기본법안` 문제조항 고쳐야
정부가 실효성 있게 국어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하려 한다는 `국어기본법`이 지난 10일 공청회에서 그 얼개를 드러냈다. 여러 법률에 산재해 있는 국어관련 규정을 한곳으로 모아 적극적으로 국어의 발전 기반을 조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데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 법안에는 오히려 이런 목적과 이념에 배치되는 조항이 있어 어리둥절하다.
이 법안 15조 `공용문서 등의 작성` 조항이 바로 그것이다. 이 조항은 공공기관의 문서를 한글로 작성하되, 꼭 필요한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나 외국 문자를 넣어 쓸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는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에 있는 “다만, 얼마 동안 필요한 때에는 한자를 병용할 수 있다”는 단서를 묵살하고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의 `사무 관리 규정` 관계조문을 그대로 채용한 것으로, 한자 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 문자까지도 얼마든지 병용할 수 있게 했으며 그 시한 또한 없애버렸다.
이 뿐만이 아니다. 15조 3항에서는 외국인 기업가 등의 편의를 위해 외국어로 작성된 공문서를 접수·처리하는 경우에는 한글로 작성하지 않아도 되도록 해 `한글사용의 원칙`에 예외를 두고 있다. 이 내용은 `제주 자유도시 특별법`과 `경제 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는 영어공용화를 추진하다 큰 반발이 일자 대체해 만든 규정으로 경제적 이득을 위해 외국어에 제도적 지위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돼왔다.
우리는 국어의 존엄성을 기초로 해 국어를 발전시키고 보전·계승한다는 목적의 국어기본법에 왜 이런 조항이 포함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는 현재의 말글살이를 퇴보시키고 문화적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기도 하다. 국어기본법은 날로 악화하는 언어환경 속에서 우리 말글의 자존과 생존과 위상을 굳건히 하는 데 기여하는 법률이 돼야 한다. 법안이 언어주권의 큰 방향을 제시하는 쪽으로 다듬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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