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탈북한 것은 영국의 핵 기밀을 빼내라는 북한 당국의 지시 때문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지 ‘익스프레스’의 일요판 ‘선데이 익스프레스’는 16일(현지시각) “북한이 100만 파운드의 뇌물을 사용해 영국 국방부 안에 김정은을 위한 ‘두더지(Mole, 첩자의 속어)’를 만들려 했다”고 보도했다.

선데이 익스프레스는 정보기관 소식통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태영호 공사가 귀순을 결심하기까지의 상황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2년 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에 힘을 쏟던 북한 당국이 태영호 공사에게 영국의 핵 관련 기밀을 빼내라고 지시했으며, 이를 위해 영국 해군 장교를 100만 파운드(약 14억 원)를 주고 매수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태 공사는 "영국 국방부에서 핵무기 탑재 전략 잠수함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민간인(군무원)을 포섭하는 것은 가능하나, 영국 장교를 끌어들이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돈으로 매수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태 공사는 귀순하기 6개월 전 북한 고위층으로부터 "영국 핵무기의 기밀을 빼내지 못하면 당신의 외교관 경력은 끝장날 것"이라는 협박을 받았다.

태 공사에게 날이 갈수록 황당한 임무를 지시하던 북한 당국은 "영국 국방부에서 근무하는 첩자를 북한으로 망명시키라"는 요 구까지 받았다.

태 공사는 귀순 6개월 전 영국 정부 관리의 소개로 영국 정보기관인 MI6 관계자를 만나 심경을 털어놨고, 북한 당국이 "해외 공관에서 적과 내통하는 반동분자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귀순을 감행하게 됐다.

선데이 익스프레스는 태 공사가 최근 한국과 미국, 영국의 정보 관리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러한 내용을 진술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