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 맞서는 대통령
2004.10.12
조간신문을 보니 여당 내부에서도 국가보안법폐지는 무리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대두된 모양인데 대통령의 자리에 앉은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법은 악법이니 때려눕혀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명색이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아무리 무모하다 하여도 헌법에 도전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헌법에는 분명히 행정부의 수반은 사법부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법원의 결정에는 승복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돈키호테처럼 창을 들고 법을 향해 도전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은 아니라고 믿어진다. 아마도 장인이 빨치산 출신이기 때문에 그리고 장인이 구속되어 장기간 옥중에 있다가 전향을 거부하고 세상을 떠난 사실이 당시의 국가보안법 때문인 줄 착각하고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몇몇 부하들과 합심하여 차제에 원수를 갚겠다는 심정으로 “막가파”처럼 무모하게 구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그러면 안 된다. 6.25의 책임이 전적으로 김일성과 북의 인민군에게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면 안 된다. 따라서 김일성 때나 김정일 때나 북의 독재체제에 협력한 자들은 대한민국 안에 설 자리가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공연히 헌법에 도전했다가 박살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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