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에 이어 또 느끼는 것이지만 박근혜의 인기와 청중동원 능력은 가히 불가사의하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산다는 게 고달프고 짜증나는 때, 더구나 날씨까지 한여름을 방불케 하듯 땡볕이 내리쬐는 상황에서, 식당하는 유자 엄마, 채소가게의 영천댁, 농기구상의 김 사장, 방과 후에 학원 빼먹고 친구들과 몰려온 예쁜이 여학생들, 선구구민이 아닌 데도 버스를 30분씩이나 타고서 유세장에 들어서는 산골 마을의 이 노인, 이런 분들이 그야말로 자발적으로 정성스럽게 모여든다. 그리고는 기어이 박근혜를 보고야 말겠다고 뙤약볕 아래서 보통 삼사십 분씩은 기본으로 목을 빼고 기다린다.
언제나 그렇듯이 박근혜는 일정보다 늦게 나타난다. 앞의 유세장 청중들과 일일이 인사하느라고, 또 그들이 붙잡고 안 놔줘서 그런 것이다. 그러나 늦은 게 미안해서 박근혜는 일행을 이끌고 헐레벌떡 들어온다. 기다린 사람들은 반가워서, 늦게 온 사람은 미안해서 입구에서부터 서로 손을 꼭 잡는다. 따뜻한 정이 손을 타고 흐르는 듯 서로 활짝 웃는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친다. 그리고 함성이 울려퍼진다.
이게 요즘 박근혜가 나타나는 유세장의 모습이다. 이 바람에 박근혜는 또 손이 부어올랐다. 왜 이처럼 국민들은 박근혜라는 한 여성 정치인에게 매료되는 것일까. 박정희라는 불세출의 영웅의 딸이기 때문에, 아니면 탁월한 능력을 가진 정치인이기에, 그도 아니면 미혼에 호감을 주는 외모를 가진 여성이기에. 물론 그런 점도 조금은 작용했으리라.
어떤 이는 박근혜의 인기는 순전히 박정희의 것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박정희의 외동아들인 박지만이 나서면 어떨까. 과연 박근혜에게 하는 것처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구름처럼 모여들어 박수를 보내고, 손 한번 잡아보자고 난리를 칠까. 아닐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의 폭발적인 인기가 불가사의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박근혜에게 국민들이 열광하는 까닭은 아주 비밀스러운 데 숨어있는 것도 아닐 것이고, 또 깊은 사유를 해야만 밝혀낼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것은 국가와 민족에 대한 그의 진실한 마음과 사랑으로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내일도 모레도, 또 그 이후로도 우리는 그가 정치권에 남아 있는 한 그의 맑고 고운 미소를 계속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정치권에서 떠난 뒤로도 우리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그와 밝고 정다운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비록 현실은 고달프고 짜증나지만 우리는 웃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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