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노무현을 보내며

내일이면 당신은 영원히 역사 속으로 묻힙니다.

잠 못 이루고 뒤척이다가 마지막 인사는 드려야

될 것 같아 몇 자 적어봅니다.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당신의 파란만장했던 생을 마감한 관 뚜껑이 덮어졌습니다.

무엇이 당신을 극단적인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는지는

당신의 말대로 먼 훗날의 역사만이 밝혀줄 일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당신의 돈키호테같은 삶과 비극적인 죽음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불행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당신의 재임기간 5년은 골 깊은 이념갈등과 사회적 반목으로

분열과 혼란으로 점철된 시간이었고 이제는 그 죽음마저도

풀기 힘든 숙제로 남겨졌습니다.

나는 참여정부 5년 내내 당신과 맞서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당신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불행한 사람입니다.

영악한 사람들은 당신을 이념전쟁의 희생양으로 삼았습니다.

당신의 우직함과 솔직함이 그들에게는 잘 포장된 상품으로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추종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죽음의 의식 앞에서조차

편을 가르고 패를 나누었습니다.

이는 진정 당신이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을 겁니다.

나는 당신의 인간적인 고뇌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검찰수사에 대한 수치감을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고 감히 단정합니다.

당신은 죽음으로 항변한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묻어버리고 싶었던 것이 있었을 겁니다.

이를 가장 잘 아는 전직대통령이 한 분 계시지 않습니까?

"직업정치는 하지마라, 하더라도 대통령은 하지마라."

"삶과 죽음은 하나이다."

"삶과 죽음은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슬퍼하지 마라. 원망하지마라"

지금까지 당신이 한 말들 중에 가장 가슴에 와 닿는 언어들이었습니다.

이 말들은 죽음 앞에서 세상에 외치고 싶었던 당신의 

가장 진솔한 절규였는지 모릅니다.

나는 당신과 다양한 주제를 놓고 진지한 토론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집권기간 내내 박정희 대통령을 붙들고 왜 그렇게 안달을 했는지

그 이유도 꼭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당신과의 토론제의도 시도했었는데

잠깐사이에 당신은 역사가 되어버렸습니다.

허탈합니다.

당신은 일찍이 요트를 배우면서 여론의 흐름을 타는 법도 배웠습니다.

바람과 파도를 이용해 요트를 즐기고 여론을 이용해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키는

그 짜릿함은 비슷했을 겁니다.

당신은 파도와 여론을 이용해 그 흐름을 능수능란하게 탔지만

멈추는 법은 배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의 추종자들은 죽음마저도 가만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을 역사 속으로 밀어 넣어 역사속의 정적들과 또 다른 대결구도를

만들려 안간힘을 쓸 것입니다.

어차피 당신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이념의 재물로 희생당하고

마는 가엾은 영혼인 것입니다.

내일이면 당신이 그렇게도 증오하던 박정희 대통령을 만나시겠지요.

당신이 그분을 만나면 무어라 말씀하실지 마냥 궁금하기만 합니다.

당신은 갔지만 나는 당신이 뿌려놓은 왜곡된 역사, 그릇된 정의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세상에 진실이 두 개일 수 없겠지요.

당신이 잘못 선택한 정의와 진실을 위해 싸우고 몸을 던졌듯이

나또한 내가 선택한 정의와 진실을 위해 치열하게 투쟁할 것입니다.

누가 과연 옳았는지는 먼 훗날의 역사가 정확히  밝혀주겠지요.

인간 노무현,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의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다면 역사를 잘못 인식하고

그릇된 판단을 정의로 착각했다는 점이었으며

더 큰 불행은 당신이 대통령을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말대로 그 또한 운명이라면 할 말이 없습니다.

인간 노무현을 보내드립니다.

하지만 16대 대통령 노무현을 보내드리기에는 아직 때가 이릅니다.

당신에 대한 많은 평가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듯이

나또한 세상이 만든 당신의 우상과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사를 올립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그리고 편안히 쉬십시오...

2009년 5월 28일

박정희바로알리기국민모임

김 동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