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국정원 직원이 케리 후보 모금운동 개입"
LA 공사관 "한국 정부 개입 아닌 개인적 행동일 뿐" 해명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민경진(jean) 기자
미국 민주당 케리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교민사회 내에 정치후원그룹을 조직하던 로스엔젤레스 총영사관 직원이 국가정보원 소속 기관원으로 밝혀져 미 정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A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AP 통신은 자신들과 접촉한 한·미 양국 당국자들이 로스엔젤레스 총영사관 주재원 정병만씨의 신분이 한국 국가정보원 소속 직원임을 확인해 주었다고 전했다. 영사관 측은 정병만씨가 지난 5월 케리 후보의 선거운동을 은밀하게 지원한 혐의가 드러난 뒤 한국으로 소환 당했다고 밝혔지만 그의 소속기관이 어디인지는 밝히기를 거부한 바 있다.
AP는 로스엔젤레스 영사관의 유민 공보관이 "정병만씨가 정보요원이기 때문에 국제관례에 따라 그의 신분이나 소속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 측은 한국의 당국자들과 접촉한 결과 정씨가 정보요원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병만씨가 정치자금 기부자들 및 모금운동가들과 접촉했다는 보고가 사실이라면 1963년에 체결된 외교관의 주재국 내정간섭을 금지하는 비엔나 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케리 선거운동 본부의 차드 클랜턴 대변인은 AP 보도가 있기 전에는 정씨가 정보요원임을 알지 못했고, 그가 아시아계 모금운동을 주도한 릭 이(한국명 이남일)씨와 접촉한 사실 역시 알지 못했다며, 케리 후보 측의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AP는 지난 5월 정병만씨가 릭 이씨와 함께 케리 후보를 위해 한국교민 사이에서 불법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한 바 있으며, 이로 인해 케리 후보 측은 릭 이씨를 통해 모금된 4천 달러를 출처불명을 이유로 반납한 바 있다.
미 국무부 당국자들은 정병만씨가 우방국 정보원으로 미 법무부에 등록된 요원인 바 정씨의 직무 외 활동이 한국 정부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은 아닌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국정원측은 한국 정부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 무근의 소문이며 소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고 AP는 보도했다.
AP는 '미국기업연구소'의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연구원의 말을 인용, "이번 사건이 대북 핵 문제나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 그간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좌절해온 한국 정부의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버스타드 연구원은 "정씨의 행동이 한국 정부의 직접적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닐지 몰라도, 그가 독자적으로 정치적 행동을 취했거나 아니면 상부 측의 심중이 무엇인지 스스로 짐작해 행동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국 정부 내에는 부시 정부의 행태를 참지 못해 오는 대선에서 그가 낙선하기를 바라는 인사들이 셀 수도 없이 많다"고 지적하고 정씨의 행동이 노무현 정부가 기대하는 미 대선 결과를 분명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릭 이씨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의 군무요원으로 근무했으며, 탈세혐의로 구속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용씨와 함께 아틀란타에 사업체를 차렸고, 2003년에는 케리 후보를 위해 50만 달러를 모금한 바 있다고 AP는 전했다. 케리 후보 측은 지난 6월 전재용씨가 릭 이씨를 통해 전달한 정치자금 2천달러도 그가 탈세혐의로 구속되는 등 파문이 일자 돌려준 바 있다.
릭 이씨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에서 정씨와 만나기 전 아틀란타의 교민사회에서 '태평양 민주당 연맹'이라는 정치조직을 구성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로스엔젤레스 총영사관의 유민 공보관은 캘리포니아 지역 교민사회에 자신을 소개해달라는 릭 이씨의 요청에 정씨가 응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정치자금모금에 직접 관여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AP는 로스엔젤레스 교민사회 유지의 말을 인용해 정병만씨가 정보요원이었음은 교민사회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으로 북핵 문제, 주한미군 재배치 등을 둘러싸고 가뜩이나 불편한 관계인 노무현 정부와 부시 행정부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2004/09/22 오후 10:03
ⓒ 2004 OhmyNews
민경진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
131876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