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전쟁 이야기(1)
후세인은 1979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래 이란-이라크 전쟁을 벌이고 쿠웨이트를 침공했다. 그리고 2차 이라크 전쟁에서 축출된 후 재판에 회부되었으며 재판 1년 여만에 사형 집행이 이루어졌다. 바그다드 점령과 함께 도피해 있다가 토굴에서 생포된 지 약 2년 보름만이다.
후세인은 국제정세를 옳게 보지 못하고 고집을 피우다 결국 죽음을 맞게 되었다. 후세인이 연루된 이란-이라크 전쟁과 쿠웨이트 침공 및 걸프 전쟁의 두(세)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그것은 후세인의 ‘불행’을 이해하는 유용한 해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후세인은 이란과 8년동안 전쟁을 벌였다.
후세인 사형의 죄목이 된 두자일 마을 학살 사건은 후세인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초반 전세가 꺾이던 시점에 발생한 것이다. 1980년 전쟁을 개시한 후세인은 이란을 초반에 완전 굴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1979년 호메이니 혁명의 여파로 이란은 불안정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주요 도시까지 쾌속으로 몰고들어가는 전과를 올렸지만 도시 안에서 호메이니의 '성전'을 받든 시아파 무슬림들의 순교적 저항에 부딪혀 난관에 봉착하였으며 전력을 정비한 호메이니의 총공세로 점점 밀리기 시작하였고 나중엔 허겁지겁 후퇴하여야 했다.
1982년 후세인이 이란과의 전쟁을 그만 끝내고 싶을 만큼 힘들어 할 때 두자일 사건이 터졌다. 후세인 저격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후세인은 이란의 첩자를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두자일 마을 주민 148명을 처형한 것이다.
후세인은 소련으로부터 엄청난 화력을 공수받아 이란에 다시 공세를 폈는데 문제는 화학탄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수위는 점점 무차별적이 되어 갔다. 이란은 초반 전세를 뒤집은 이후 꾸준히 승기를 쥐고 맹렬 공격을 퍼부었는데 후세인의 화학탄이 갈수록 극심해지자 결국 이란도 유엔이 결의한 정전 결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1987년 8월 22일 양국 간에 휴전이 성립한다.
전쟁은 그 누구에게도 승리를 안겨주지 못한 셈이 되었다.
전쟁 기간 이라크는 소련을 위시해 프랑스, 중국 등 세계 25개국에서 닥치는 대로 무기를 수입하였다. 그 돈을 아랍국가들에게서 빌렸다. 당시 석유로 돈을 긁어대고 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로부터 대규모의 차관을 지원받았다. 아랍국가들 중에서도 인접한 이들 두 나라는 특히 이라크를 지원하였는데 이란의 호메이니 혁명의 호전성을 극도로 경계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의 시아파들이 호메이니에 자극받을 까봐 벌벌 떨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라크에만 시아파가 더 많은 인구를 차지하였지 대표적인 아랍국가들은 모두 수니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종파적 역학관계가 얽혀있었기 때문에 후세인은 호메이니의 혁명 수출을 자신이 막는다는 명분까지 내세우며 자임하고 있었다. 자신이 대리해서 이란의 호전적 시아파 정권을 파괴시키려 하니 전비를 내 놓으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호메이니는 수니파 아랍국가들을 이슬람에 반하는 세속적이고 타락한 정권들이라며 공격하였다.
뿐만아니라 이란은 아랍국가들과 인종이 달랐다. 즉 아랍국가들은 아랍인이었지만 이란은 페르시아 민족이었다. 따라서 민족도 달랐다. 그러니 후세인은, 전쟁의 역사 속에서 원한으로 자리한 민족적 원수와 전쟁을 벌인다는 민족 전쟁의 명분까지 가지고 있었다.
이라크가 호메이니 혁명으로 어수선하던, 팔레비 왕정의 정규군이 와해된 상황에서도 전열을 정비해 강력한 역공을 펼 수 있었던 데는 기존의 미국의 중동 전략과 관련된다. 즉 미국은 중동에서 사우디와 이란을 ‘두 기둥’으로 하여, 이란은 군사 강국으로 사우디는 석유 부국으로 만들어 두 나라를 지렛대로 중동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였다. 미국이 이란을 선택한 것은 이란은 소련과 국경을 맞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미국과 이란이 앙숙으로 으르렁대지만 호메이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이란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 였다.
이란은 석유 판 돈으로 미국으로부터 성능좋은 무기와 장비들을 무한정 사들였다. 따라서 이 화력이 있었기에 제대로 싸워서는, 후세인은 소위 ‘쨉’도 안되는 것이었다. 미국은 반미를 내세운 호메이니의 등장과 함께 공들인 전략 우방국을 잃게 되었으니, 중동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아낌없이 원조한 ‘오른팔’을 잃은 것이었다.
후세인에게 이란은 자국의 시아파를 선동하는 적국이었다. 이라크에는 시아파가 훨씬 많이 사는 관계로 호메이니의 선동은 전쟁 선포나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이란은 이라크의 쿠르드족에게 사주하여 무기를 공급하며 분리운동과 정권전복투쟁을 부추기고 있었다.
이런 정황 속에서 후세인은 이란을 선제공격하였고 어쩌다 보니 8년간이나 전쟁을 끌게 되었고 그 전쟁 기간에 후방에서는 자국의 쿠르드족과 시아파들을 간첩 혐의를 들씌워 때로는 학살로, 따로는 정적 암살로 무수한 살인을 자행하였던 것이다. 잘 알려진 쿠르드족에 대한 가스 살포 학살 만행은 전쟁이 종료된 지 약 1년이 된 시점에 자행되었다. 권력 공고화의 희생양을 삼은 것이다.
어찌하여 너무나 길어져 버린 전쟁이 종료되고 이라크는 국내적으로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전쟁 기간 수입한 무기들로 인해, 일약 세계 4대 군사 강대국의 반열에 들어 있었다.
이 어마어마한 무력을 후세인은 쿠웨이트 점령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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