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코미디 /13/ 고향 사람들에 대한 사죄
김대중씨,
제3한강교 난간에 기대어 서 있다. 지팡이는 옆에 세워 놓고 난간을 붙잡고 있다. 그의 독백이 강물처럼 흘러나온다.
“이 나라는 내가 혀 빠지게, 뼈 부서지게 노력해서 민주화한 나라여. 이러커럼 귀한 이 몸이 겨우 아들 둘만 국회의원 만들었거늘, 뭣 땜시 씹어 쌓는댜? 나 김대중이는 정직헌 사람이여. 신문기자들 불러 모아놓고 공개 사과를 할 수는 없지만서두 저 흘러가는 강물을 행해 고해성사를 할 것이여.
나처럼 정직헌 사람, 이 대한민국에 둘 이상 있으면 나와 보라고 혀! 워찌하야 나만 가지고 거짓말쟁이니, 사기꾼이니, 떠들어 쌓는댜? 그건 그것이고, 잉, 나 땜시 우리 고향 사람들이 도매금으로 불신당하고 소외당하고 멸시 당하는 건 이 김대중의 성격상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여! 백배사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여.
미안혀, 미안, 미안! 우리 고향사람들 중에 나보다 더 정직헌 신사숙녀들 월매나 많은디! 이 점은 이 몸도 솔직히 인정하지러. 요즘 조용히 생각해 볼작시면, 내 지은 죄가 크고 작은 것 합쳐서 엄청 많긴 많은 것 같여.”
잠시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말한다.
“이 정도로 자기 죄를 강물 상대로나마 까놓고 사죄한 정치꾼 있음 나와 보라구 혀! 대한민국 역사상으로만 아니라 세계 역사상 미증유의 일일 것이여! 워쨌든 이번에 또 아들 하나를 국회의원 만든 건 말이여, 한국 민주주의 역사상 획기적인 발전인 것이여!
좌우당간에 이 몸은 조선 반도에 태어난 수컷들 중에서 가장 역사적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사람이어라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도록 도와 준 그 공로는 청사에 빛나리로다. 불세출의 영웅이 이 몸 말고 또 따로 워디 있남?”
지팡이를 짚고 저녁 해를 바라본다.
“오호라, 이 몸도 죽을 때가 가까워졌는가베! 느닷없이 사죄할 용기도 생기고……. 어허, 참말로 시원혀, 진짜로 시원혀, 진실로 시원혀!”
/070427쇠/짜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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