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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자살사건 '100인 토론' 투표결과 파문]
KBS, 20일 재토론 약속 '오락가락'
13일 밤 방영된 KBS 토론 프로그램 ‘100인 토론’의 배심원 투표 관련 파문의 진화를 위해 KBS측이 14일 새벽 재토론을 서면 약속했으나, 이날 오후 “같은 주제로 재토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을 바꿔 파장이 일고 있다.
‘100인 토론’ 담당 최석순 KBS PD는 14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재토론 여부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서면 합의는 당시 농성을 풀기 위해서 해준 것이며 추후에 논의하자는 잠정합의일뿐”이라고 말했다.

최 PD는 “앞으로 학사모(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대표 등과 만나 만약 재토론을 하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를 내일이나 모레쯤 의논할 것”이라며 “하지만 같은 주제로 재토론 한다는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들의 모임’(학사모)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학사모는 토론 직후 배심원 투표 결과의 조작 의혹을 주장하며, 스튜디오에서 농성을 벌였으며, 전교조측에 대단히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학사모(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들의 모임)의 김형진 교육팀장(32)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KBS측 태도는)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김 팀장은 “방송이 끝나고 KBS측에 재토론을 하겠다는 내용을 서면으로 확인받았다”면서 “합의서에는 4월20일 똑같은 주제로 똑같은 패널이 참가하여 생방송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전교조가 토론에 불참할 경우에도 방송을 진행한다는 내용도 있었는데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고 말했다. 학사모측은 “내일 KBS측과 만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논의하기로 돼있다”며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공영방송으로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혀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한편 개표과정에서 기계적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과 관련, 방청객으로 참석한 황인택(22ㆍ연세대 졸업)씨는 “스튜디오 가운데 좌석중 높은 곳에 앉아있어서 개표 스크린에 빨간불(“전교조가 과잉대응했다”)과 파란불(“정당하다”)이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스크린에는 빨간불이 더 많았는데 실제 개표결과는 파란불이 더 많은 것으로 나와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높은 좌석에 앉아있었다는 또다른 방청객 오정택(27ㆍ중앙대 대학원)씨도 “전교조를 반대하는 배심원들이 앉아있던 쪽에서는 모두 빨간불이 들어왔고 전교조를 찬성하는 배심원들쪽에서는 파란불이 많았지만 일부 빨간불도 들어온 것을 봤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고 말했다.

최석순 PD는 이에 대해 기계적 문제와 관련해 “기계 오작동이나 전산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있지만 기계(CNS)담당 실장과 최종적으로 오늘 아침 점검해 본 결과 문제 없었다. 기계 오작동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 PD는 “이런 (배심원 투표)결과가 나온 것은 두 가지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하나는 ‘전교조의 대응이 정당한 사과였다고 보는가? 과잉대응이였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의 답변인 ‘정당한 사과요구다’ ‘과잉대응이다’를 잘못 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투표시 일부러 조명을 어둡게 하는데 파란색 버튼(정당한 사과요구)과 붉은 버튼(과잉대응)을 착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과 함께 진행된 인터넷 투표에서 ‘(전교조의)과잉 대응’ 79.8% 대 ‘정당한 사과 요구’ 20.2%로 나온 것에 대해서 최 PD는 “전체 투표 참가자가 5만5천명인데 이중 3만2천명이 (토론 시작 전) 12일 낮 12시 50분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집중적으로 몰려 모두 ‘과잉대응’이라는 쪽에 투표를 했다. 그런 몰표가 쏟아진 인터넷 투표결과를 신뢰할 수 없어 방송에 투표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파문은 13일 밤 11시10부터 80분간 방영된 토론 프로그램에 배심원으로 참석했던 학부모와 교사 등 60여명이 “투표 결과가 실제와 다르게 전교조를 지지하는 쪽으로 나왔다”며 항의, 스튜디오에서 농성하면서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은 서승목 교장의 자살 사건과 관련해 전교조와 교총 대변인 및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과 ‘참교육 학부모회’ 대표 등이 패널로 참석해 토론을 벌이고, 말미에 배심원으로 참석한 100명에게 어느 쪽 입장을 지지하는지를 묻는 전자투표를 실시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배심원은 전교조를 지지하는 ‘참교육학부모’ 회원 30명, 교장단을 지지하는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 회원 30명 및 KBS측이 선정한 일반 배심원 40명으로 구성됐으며, “서 교장에 대한 전교조의 대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표결 결과는 ‘정당한 사과 요구’는 57, ‘과응 대응’은 40으로 전교조 지지가 우세했다.

그러나 배심원 참석자 중 상당수는 “현장에서의 확인 당시 ‘과잉 대응’이란 응답자가 훨씬 많았다”며 “개표기가 잘못됐거나, 투표 결과가 조작된 것 아니냐”며 항의했다. 패널로 참석했던 학사모 고진광 대표는 “표결 이후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배심원들 가운데 이미 58명으로부터 ‘과잉 대응’이라고 답했다는 사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경창환 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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