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의 핵심에 있거나 중심 지지(支持) 세력의 두번째 공통된 이념적 특징은 친북한적(親北韓的)이거나 김정일 정권에 우호적(友好的)인 인식과 논리를 견지(堅持)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1990년대 대표적 공안사건인 구국전위(救國前衛) 사건의 핵심이었던 이범재가 노무현 정권의 정권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다 구속된 것도 하나의 상징적 사건이다.
反국가단체 구성 혐의(嫌疑)로 지명수배 되었던 이범재는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在日本朝鮮人總聯合會)의 지령(指令)을 받아 결성된 단체인 구국전위대의 선전이론책(宣傳理論責)이었으나 그동안 민주당의 특위부위원장으로 활동하다 노무현 정권의 출범과 함께 인수위에서 활동 중에 구속되었다.
과거 김대중이 주도하던 정당의 국회의원이었던 서경원의 밀입북(密入國) 사건이나 당 간부였던 오익제 위원장의 월북(越北) 사건을 연상시키는 일이다.
노무현은 자신이 과격세력(過激勢力)이고 좌파(左派)로 평가받는 것을 잘못된 것이고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것은 구체적 인사와 정책에서 입증되어 마땅하다.
예를 들어 노무현을 만든 주역(主役) 중의 주역은 소위 386세대인 안희정과 이광재, 그리고 그를 의식화(意識化)시켰다는 이호철이다. 이들은 모두 1980년대 좌파 학생운동권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시국사건(時局事件)인 '부림(釜林) 사건'의 변호과정을 통해 노무현 당시 변호사를 '의식화'시켰다고 알려진 이호철은 지금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되어 있다.
그리고 위장취업(僞裝就業)을 하고 노동자를 의식화시킨 혐의로 구속된 바 있는 이광재는 현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1급)을 맡아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補佐)하는 핵심에 있다.
안희정은 2억원의 금품수수(金品授受) 사건 문제로 청와대로 입성(入城)하지는 못했지만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직을 맡고 있으며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안희정은 고려대 '애국학생회'의 조직부장으로 1986년 10월의 건국대 사건으로 구속된 바 있고 그 이후에도 '반미청년회' 사건으로 다시 구속된 바 있다.
물론 과거 친북(親北) 좌파였다라고 해서 지금까지도 똑같은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아직까지도 주체사상을 근본적으로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체사상에 입각한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조직내에 '인민무력부'까지 갖추었던 안희정은 여전히 "주체사상의 이론적인 장점은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사상의 하나일 뿐이다" 라고 태연스럽게 말한다.(중앙일보, 2003년 2월17일)
그리고 "지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도 나는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수위원회의 위원으로 대북(對北) 정책의 핵심이었고 임동원과 함께 노무현 정권의 특사(特使)로 북한까지 다녀오고 현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인 이종석 조차도 그의 논문에서 "주체사상을 변화하는 현실에 탄력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재(再)체계화하는 것만이 북한 사회주의의 새로운 전망을 여는 길"이라고 진단하면서 주체사상을 부정, 폐기(廢棄)하기 보다는 '재체계화'에 관심을 두고 있는 실정(實情)이다.
김정일 정권에 우호적인 사고를 가진 것은 단지 실무자(實務者)만은 아니다.
정세현 통일부장관은 햇볕정책의 전도사(傳道師)로 장관급 회담의 대표로서 대북(對北) 접촉을 총괄(總括)한 인사인데 그가 통일부장관을 그대로 맡고 있다. 국정원장 특보로 있을 때부터 북한에 50만kw의 전력(電力)을 지원해야한다고 강조해 오던 정세현 장관은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는 그 어떤 비판이나 문제 제기도 삼가고 있다.
노무현이 5억 달러의 비밀지원이라는 잘못된 대북(對北) 정책을 바로잡을 의사(意思)가 있다면 적어도 김대중 정권의 통일부장관을 그대로 기용(起用)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대북(對北) 정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앞으로도 그런 방식으로 대북(對北)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확고한 메시지라고밖에 볼 수 없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노무현 정권의 외교통상부를 맡은 윤영관 장관 조차 김정일 정권에 대한 우호적 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윤영관 장관은 노 정권 출범 전 특사 자격으로 미국에 갔을 때 북한 핵무기를 용인(容認)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 이미 문제를 야기(惹起)한 바 있다.
윤영관 장관은 한국의 젊은 사람들은 북한의 붕괴(崩壞)보다는 차라리 핵무기를 용인하는 것을 선호(選好)한다는 의견을 간접화법으로 미국에 밝혀 김정일 정권이 붕괴돼서는 안된다는 소신(所信)의 일단(一端)을 보인 것이다.
미국 고위 인사를 만나는 그 짧은 시간에 그런 표현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자기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을 간접적으로 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평소에도 김정일 정권을 보는 윤영관 장관의 눈은 분명히 남달랐다. 그는 북한의 각종 선언적(宣言的) 경제조치들을 과대평가하면서 말하기를 "경제발전을 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상(構想)이 서서히 그 골격(骨格)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까지 드러난 것을 보면 김 위원장의 구상은 임기응변(臨機應變)이 아니라 상당한 시간동안 준비되어 온 국제적 발약(方略)의 모습을 띄고 있다."(경향신문 2002년 9월25일)고 극찬(極讚)한 바 있다.
그러면서 윤영관 장관은 점(点)과 선(線)과 면(面)의 전략으로 김정일이 북한 경제발전 전략을 실천해나가고 있다고 강변(强辯)한다. 김정일의 점의 전략이란 특구식(特區式) 개방전략이고, 선의 전략이란 철도를 중심으로 한 물류거점(物流據點) 전략이며, 면의 전략이란 全 국가경제차원의 개혁전략이라고 칭송(稱頌)해왔다.
그렇기에 노무현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늘 하는 말은 북한을 자극(刺戟)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을 자극하고 코너로 몰면 결국 강경(强硬) 군부(軍部)가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고 잘못하면 한반도에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위협(威脅)한다.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지 말고 지원(支援)해 주어야 한다는 식이다. 그리고 늘 문제는 미국의 강경파나 한국의 보수우파(保守右派)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이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건넨 5억 달러(6천억원)의 뒷거래에 대한 조사도 북한을 자극할 것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현대사에는 그렇게 부정적이던 이들이 봉건적(封建的) 왕조세습체제(王朝世襲體制)이자 세계 최악(最惡)의 폐쇄적(閉鎖的) 독재체제(獨裁體制)를 꾸려가고 있는 김정일 정권에 대해서는 우호적 태도를 취하며 인권문제(人權問題)조차 거론(擧論)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논리는 분명 균형을 잃은 것이며 대한민국의 체제와 안보(安保)를 위험스럽게 만드는 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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