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조용히 하랬더니, 내가 뭘 모르는 사람이라며 도리어 몰아세운다.

사실, 위도상 편서풍대요, 계절상 꽃샘추위라는 북서풍이 부는 지금 무슨 생뚱맞은 소리일까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알았는데 누군가 사회혼란을 기도한 헛소문이었다.

참으로 귀가 얇은 민족 아닌가.

극히 주관적이더라도 반론의 여지를 차단하여 몰아가면 그대로 먹혀드는 게 한민족이라는 것을 알아서인지, 탄허 스님의 “일본은 악업을 쌓아서 천벌을 받아 가라앉고, 우리는 선조 때부터 덕행을 쌓아 구원 받는다”는 해괴한 예언이 금과옥조처럼 먹혀들고, 조용기 목사가 “일본은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을 숭배하여 이번의 대지진이라는 벌을 받은 것”이라며 약장수식으로 설교해도 먹히는 것 아닐까.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광우병 소동이 폭동으로 번지고, 효율과 질서보다는 친환경 웰빙 소동으로 시끄러운 나라다.

알고 보면, 이러한 호들갑의 공통점은 발원지가 대부분 좌익이었고, 확대증폭 시키려고 주변에서 바람 잡는 이들도 대충 누군지 짐작되는 사람들일 뿐만 아니라, 이들의 선동에 유도되어 패닉에 빠져 같이 방정떠는 사람들도 대충 어떠한 성향의 부류인지 다들 짐작하리라 본다.

그런데, 일본 원전의 폭발에 따른 호들갑 때문에 생각난 건데, 우리에게 방사능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은 일본 원전이 아니라 중국 원전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태풍의 눈이 이동하면서 꺽이는 지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장마철 지나서 한여름에만 잠깐 남동풍(무역풍)의 영향을 받을까 나머지 대부분은 남서풍이냐 북서풍이냐에 따라 날씨가 결정된다.

이러한 편서풍 기후대에서는 매연이나 방사능은 당연히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남서쪽부터 북서쪽까지 전부 중국이 가리고 있다.

그러므로 사천 대지진 때도 얼핏 중국의 원전에 대하여 언급되었으나 그냥 별일이 없어 넘어갔지만, 이번 일본 원전의 폭발을 계기로 정작 우리가 걱정해야 될 곳은 중국의 원전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사천 대지진 이상의 대지진이 중국에서 발생하여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될 경우 우리는 절대 벗어날 수 없지 않은가 말이다.

그럼에도 오늘 이명박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방문을 비방하면서 다시는 원전을 짓지 말아야 된다고 떠드는 친환경 인간들 중에 중국 원전 문제를 들먹이는 자는 없더라.

여름에 에어콘 짱짱 틀고, 배기량 큰 차 몰고 다니면서도 원전은 싫은가 보다.

마치 구들장은 따뜻하게 데워달라면서도 아궁이엔 검댕이 끼지 않게 해달라는 모순 같이 들린다. <끝>

<부 추 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