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원 `손도끼 사건`에 대해 청와대와 당정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반면 외교통상부는 유독 "중국 측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4명은 지난달 30일 새벽 중국 어선 불법 조업을 단속하다가 중국 선원들이 휘두른 손도끼에 맞아 크게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1일 정부과천청사로 하영 주한중국대사관 총영사를 초치(항의의 뜻을 전달할 목적으로 특정국 외교관을 호출하는 것)해 유감을 표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올 하반기로 예정된 한ㆍ중어업협상 때 우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작업하는 중국 어선 조업조건을 강화할 수 있다"고 중국 측을 압박했다.

이날 초치된 하 총영사는 "올해는 한ㆍ중 수교 20주년이 되는 해로 어떤 때보다 양국 관계가 돈독해야 하는데 우발적 사고가 벌어져 상당히 유감스럽다"며 "한국이 우려하고 있는 사안을 본국에 전달하면서 중국 어민에 대한 지도 교육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이달 중순 예정된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어민들을 잘 관리하겠다"던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기존 발언을 재확인할 방침이다. 여야 역시 2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중국 어선 등의 불법 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안(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외국인 어업 등에 대한 주권적 권리의 행사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외교부 반응은 정반대다. 외교부 관계자는 1일 "(이번 사건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아닌 개인 간의 `영사적 문제`로 국가(중국 정부)에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며 "향후 대응 수위는 사건 조사 결과와 앞으로 중국 측 반응을 봐가면서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해경 살해사건 때 외교부가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한 것과 관련해 추가 조치가 없느냐는 질문에는 "당시에는 충분한 방어수단을 가진 해양경찰이 법집행 도중에 살해당했을 정도로 사안이 심각해 대사를 초치한 것"이라며 "이번에는 충분한 무장을 갖추지 못한 농식품부 소속 어업지도선의 경우이고 아직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귀책 사유를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법을 저지른 중국 선원들 공격에 우리 공권력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사태에 대해 외교부가 너무 저자세로 나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진명 기자 / 김성훈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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