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온종일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이 비 그치면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설악산에는 첫 단풍이 들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이제부터 가을이 가을바람을 타고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모양입니다.

이제 낼 모레면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그러면 많은 분들이 고향을 찾아 떠날 것입니다. 그리고 고향의 포근함을 가득 안고 돌아올 것입니다. 그런데 자주 느끼는 생각이지만 고향도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고향의 인심도 고향의 모습도 많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변해가는 것이 어디 고향의 모습뿐이겠습니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도 많이 변했습니다. 한 세대 전인 옛날의 모습을 회상해 봅니다. 우리가 가난하게 살던 그 때는 사람들의 마음이 요즘처럼 이렇게 사납지는 않았습니다.

정치권이 이렇게 사람들을 갈라놓지도 않았고, 그 때도 이념이 있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무서운 악마처럼 자라지도 않았습니다. 그때는 ‘우리’라는 개념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공동체 의식도 강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나’라는 개념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그때는 우리가 모두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조금 불편해도 양보할 줄을 알았고 배려할 줄도 알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나만 잘살면 되고, 나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이 더 강합니다.

그래서 표정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마음속엔 남모르는 창 하나씩은 겨누고 살아갑니다. 우리의 국민성도 지금처럼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태극기를 보면 가슴이 뭉클 했고, 대~한민국이라는 함성만 들어도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나라 꼴 잘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훨씬 더 많습니다. 우리 민족은 지금처럼 틈만 나면 남을 비방하고 욕하는 민족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민족은 원래 품성 좋고 넉넉한 민족이었습니다. 남을 먼저 해코지하지도 않았습니다.

가만히 보면 우리가 이렇게 성난 얼굴을 하고 산 적이 예전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국방 등 어느 한 곳도 성한 곳이 없습니다. 어느 한 곳도 국민을 안심시키는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국민은 늘 성난 얼굴입니다.

어느 곳이든 비리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수 조원의 예산 낭비는 예사로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누구 한 사람 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책임을 지기는커녕 오히려 그러한 사람들이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 희망 펀드’라는 것을 제안해서 만들었습니다.

청년실업을 줄이기 위한 국민의 성금을 거둬서 재단을 만들겠다는 발상입니다. 지난 6월 기준해서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자 수는 115만 7000명에 달합니다. 미래의 주역인 청년들이 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청년 실업을 국민의 성금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발상처럼 보입니다. 언제 우리나라에서 돈이 없어서 시행하지 못한 정책이 있었습니까. 특히 경제 분야와 국방 분야에서는 툭하면 수 조 원씩 낭비하는 정부에서 말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돈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 돈을 훔쳐 먹는 도둑놈이 많은 것입니다. 그 도둑놈들을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허구한 날 돈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중앙정부만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돈 없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줄줄 새는 것만 바로 잡아도 쓸 돈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예를 들라하면 저는 백 가지도 천 가지도 들 수 있습니다.

국민의 세금을 훔쳐 먹는 도둑질에는 수천 가지가 있습니다. 국민의 세금을 직접적으로 훔치는 것도 도둑질이지만, 뻔히 낭비되는 줄 알면서도 ‘이것이 내 돈이냐’ 하면서 그대로 예산을 집행하는 공무원도 따지고 보면 도둑놈입니다.

얼마 전에 어느 법원의 판결을 보니까 현금 2만원과 라면 10개를 훔쳤다고 해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는 판사도 있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남의 것 3만 원 정도를 훔친 것입니다. 그랬다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것입니다.

그런데 국민 세금을 수천 억 원씩, 수 조 원씩 낭비하는 도둑놈이 징역을 살았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것이 말이 되는 얘기입니까. 수천 억 원, 수 조원에 이르는 백성들의 재물을 훔치는 일에 비하면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작은 도적질인데 말입니다.

관행이라는 이름아래 자행되고 있는 이러한 일을 바로잡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이러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바로잡지 못하는 놈들이 더 나쁜 도둑놈들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수시로 낭비되고 있는 수천 억 원이라는 돈을 아낄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낭비되고 있는 수 조 원이라는 돈을 아낄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된 일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바로잡을 수 있는데 왜 바로잡지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들 잿밥에 눈이 멀고 자기 밥그릇 지키는데 눈이 멀어서 그러겠지요. 그래놓고는 입만 열만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하고 말합니다. 요즘 같으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입을 주먹으로 패주고 싶습니다.

국민을 존경 안 해도 좋으니 공무원들은 도둑질 하지 말고, 국회의원들은 법이나 제대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고. 추석을 앞두고 제가 이렇게 악담을 하면 안 되는데 죄송합니다.

추석을 맞이해 우리가 높으신 분들만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또한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상대의 가슴을 헤집는 갈퀴질은 그만 하고, 과거의 우리들 모습처럼, 가진 것은 없어도 화목하게 살았던 그 모습을 한번 그려봤으면 좋겠습니다.

고향 가시면 고향의 훈훈한 바람을 가슴속 가득 담아 오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고운 하루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