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9일, 저는 광진구가 주재하는 교육에 강사로 나갔습니다. 밤 8시부터 9시20분까지였지만 모두가 열중하다보니 10시가 돼서야 강의를 끝냈습니다. 저는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시민, 지역의 유지, 공무원 등이 섞인 500명 정도의 수강인들에게 현 시국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있으면 미리 질문을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질문을 모두 받아 칠판에 써놓고 보니 내용들이 모두 예민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짐을 하나 받았습니다. “같은 현상을 보고 해석하는 시각은 사람마다 모두 다릅니다. 그런데 가끔은 특정 지역 인사나 특정 인물을 존경한다는 인사들이 교육담당 공무원에게 왜 저런 강사를 데려왔느냐고 멱살을 잡거나 인사조치하라고 막무가네로 덤비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모임은 광진구가 모 대학에 교육프로그램을 의뢰하여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주최측의 입장을 위해서라도 저는 제 시각을 솔직하게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말했더니 절대 다수가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라크 전, 이라크 전의 이후, 한국의 운명, 핵문제 등에 대한 소견을 솔직담백하게 조용한 어조로 강론했습니다. 중간에 박수를 많이 받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10년 체증이 뚫렸다며 저의 손을 잡았습니다.
개선장군(?)이 된 모습으로 환송을 받고 나오는데 갑자가 덩치가 크고 괄괄하게 생긴 60대 초반의 호남인이 제게 악수를 하면서 잠깐 질문할게 있으니 옆방으로 가지고 했습니다. 따라가려는데 계속 많은 분들이 제게 악수를 청했습니다. 그러자 그 60대 사나이가 저에게 독촉을 했습니다.
바로 이 때에 50대 여성분들 5-6명이 저를 외워 쌌습니다. 저 사람한테 가면 봉변당하니 빨리 차를 타고 가라며 저를 보호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사나이가 접근하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습니다. “당신이 교수야? 교수가 인기 얻어서 무엇에 쓸려고 인기발언을 하느냐, 위대한 김대중 선생님을 어째서 좌익으로 매도하느냐, 참을 수 없다, 고발하겠다. . .”.
그 자리에 있던 수 십명의 유지들이 그 사나이에게 핀잔을 주었습니다. 더러는 “절라도 사람은 꼭 저렇게 티를 낸다니까. 못말려. . ” 라면서 혀를 차고 멸시의 눈총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체면 없이 사는 막가는 인생처럼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광진구 시의원이었습니다. 이튿날 광진구 구청 담당직원으로부터 원망 섞인 전화가 왔습니다. 자기를 못살게 구니 입장이 매우 난처해졌다는 것입니다. 제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떼를 쓰니 자기가 살기 위해서라도 알려줘야 하는데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알려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전화가 없습니다. 모 대학 담당 교수도 항의에 시달렸다 합니다.
바로 이런 게 전교조나 한총련 식입니다. 그 담당직원은 앞으로 저 같은 사람을 강사로 초청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 막나가는 호남인 한 사람에 의해 앞으로 계속되는 강의에서 수백 - 수천명의 청강 인사들이 막가는 사람의 입맛에 맞는 강의만 해야 할 것이 아닙니까? 대학의 한총련도 바로 이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바로 이런 막가파들에 의한 떼거지로 멸망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조아세 등 홍위병들도 다 이런 것들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이들을 견제할 법도 법관도 없어 보입니다. 권력이 뒤에서 바쳐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요? 어쩌면 어디를 가나 그 수법이 이토록 통일돼 있을까요? 대한민국이 어쩌다가 이 지경에까지 왔습니까? 세상이 5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습니다. 이를 언제까지 방치하시렵니까.
2003.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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