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학년 1학기를 마칠 무렵, 나는 중대한 결심을 했습니다.
‘군 입대’를 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때까지도 나는 청소부 일을 하면서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젊은 나이였지만,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청소부 일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나는 많이 지쳐있었고,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았으니까요.
어쩌면 나는 힘겨운 현실을 탈출하기 위한 방편으로
군 입대를 결심하게 된 건지도 모릅니다.
우선 군에 들어가면 의식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또 재충전할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결국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자원입대를 했지요
논산 훈련소에서 신체검사를 받았습니다.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누구나 통과 하기 마련인 신체검사였습니다.
적어도 내 앞사람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군의관은 나를 보더니 내 몸 여기저기 청진기를 들이대는 것이었습니다.
‘참 이상하네.. 젊은 사람 몸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군의관이 말했습니다.
“자네 몸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나?”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임마, 이런 몸은 군에서도 안받아줘. 도대체 몸을 어디다 이렇게 혹사시킨 거야?
정밀검사 받아봐--
신체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군에서 정밀검사를 받게 된 것이죠.
그런데 정밀 검사결과 내 몸은 성한 곳이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특히 ‘기관지 확장증’이라는 판정을 받았는데, 기관지가 심하게 늘어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자주 열이 나고 기침이 나서 몸살을 앓은 적이 많지만
그저 감기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게 다 ‘기관지 확장증’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악성 축농증까지
겹쳐있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군대가 무슨 요양소인줄 아나? 그 몸을 끌고 군에 오다니..”
기관지 확장증은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과로하면 열이 심해져 군 훈련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나는 논산훈련소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고
쫓겨난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남들은 할 수만 있다면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나에겐 당시 군 입대가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집에 돌아온 뒤 내가 부정한 방법을 쓴 것은 아닌지
방첩대에서 조사를 나오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저를 붙잡고 처음으로 우셨습니다.
군대를 못 갈 정도로 이렇게 아픈 줄도 모르고 일을 시켰다고 자책하셨습니다.
약 한첩 사주지 못한 것을 가슴 아파 하셨습니다.
저는 그저 죄송스러운 마음이었습니다.
남들 다 가는 군대를 가지 못해 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하다니...
611183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