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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석만평]12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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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십상시

요즘 중국 사극 애호가들 사이에 최고 인기는 <조조>라고 한다. 현재 한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 중이다. 유비가 중심인 삼국지와 달리 조조가 그 주인공이다. 얼마 전에는 환관 건석의 삼촌이 백성을 괴롭히는 것을 보고 조조가 두들겨 패는 이야기가 나왔다. 건석은 중국 후한말 영제 때 조정을 농락한 열 명의 중상시(환관), 즉 '십상시(十常侍)'의 한 명이다. 조조는 원소와 함께 '십상시의 난'을 진압하면서 후한 말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다. 이렇듯 십상시는 '망국'과 부정한 권력을 상징한다.

진시황의 총애를 받았던 환관 조고도 진시황 사후 허수아비 황제를 세워 권력을 휘둘러 진나라를 망하게 했다. 명나라 무종 때 환관 류근은 '서 있는 황제(立地皇帝)'로 불렸다. 조선 중종 때는 내시들이 훈구파와 짜고 '주초위왕(走肖爲王)' 사건을 꾸며 조광조를 비롯한 개혁 사림을 쫓아냈다. 이런 환관들에게서 보듯 권력의 세계에서는 권력자와 거리가 가까울수록 '실세'가 된다. '정승판서보다 도승지가 높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미국에서도 대통령 집무실인 서관(西館·웨스트 윙)에 사무실을 갖는 사람을 실력자로 분류한다.

지금 때아닌 십상시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민간인 신분인 정윤회씨와 청와대 비서실의 3인방 등 문고리 권력들이 국정을 농단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된 것이다. 지난 대선 때부터 야당에서 "문고리 권력을 넘어 환관 권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들이 십상시로 비유됐다. 이번에는 이들이 청와대 문고리를 독차지하려고 다른 측근 세력과 암투를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세간에서는 벌써부터 정치 드라마로 가히 최상의 소재라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

당 태종이 신하 위징에게 명군(明君)이 되는 길을 물었다.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 엎기도 한다." 위징은 이렇게 순자 왕제편(王制篇)을 인용한 뒤 간신 우세기를 총애한 수양제를 예로 들면서 "두루 폭넓게 들으면 밝아지고, 편벽하게 들으면 어두워진다"고 직언했다. 대통령이 새겨들을 말이다. 이제는 청와대가 수첩이나 비선 같은 비시스템적인 요소와 결별할 때다.

<김석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