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당사자들에게는 생사가 좌우되는 절박한 일을 바다 건너
편하게 앉아서 내 마음대로 떠드는데 대해 이라크 국민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번 이라크전, 애초부터 잽이 안되는 승부였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유치원생과 대딩정도의 싸움이었으니 현재의 전황은 너무도 당근스럽다
그동안 미국의 오만함을 괘씸하게 생각하고 있던 나는 마음 한편 미국이
지는 꼴을 한번 보고싶기도 했다. 그러나 미우나 고우나 동맹이고 또
우리에게는 여러가지로 고마운 나라임에는 틀림없으므로 미국의 승리를
기쁘게 받아들인다.
이번 전쟁이 명분이 없다느니, 너무도 끔찍했다느니 하는 것은 새삼스
러우니 넘어가고.
처음 전쟁을 시작할 때 그리도 높았던 반전, 반미여론, 물론 지금도
각 개인이나 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반전여론은 여전하지만 국가차원의
반전여론은 거의 사그러진 듯 하다. 오히려 전쟁에 반대했던 독일이나
프랑스, 러시아는 물론 아랍권들도 차츰 미국에 뒤늦게 아부하기 위해
안달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나라들은 자국민들에게는 자제을
호소하는 한편 후세인을 비난하면서 자국은 미국의 오랜 친구임을 강조
하는 등, 속보이는 짓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지금까지 없었던 미국의 이라크전 명분이 갑자기 생겼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지 이는 전후 복구 사업에서 더 많은 콩고물을
먹기 위한 몸부림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들에게 전쟁의 명분이란 애초부터 결국 국익이 살아 숨쉬는 것을 말할
뿐이었으리라.. 국가는 국익을 쫓아 움직이는 존재이므로 이는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의 이라크 국민들, 바드다드에 진입한 미군들에게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은 다소 혼동스럽다. 그들은 미군을 열렬히 환영하면서
후세인의 사진을 찢고 그에게 온갓 욕설을 퍼붓고 있다..
알라의 이름으로 결사항전을 다짐했던 그들이 아니었던가? 또 후세인을
향한 이라크 국민들의 충성심은 어디로 간 것일까?
거의 100%에 가까웠던 후세인의 지지율, 후세인이 주도하는 각 집회에서
이라크 국민이 보여줬던 그 광기에 가까운 환호, 그것들은 과연 후세인이
두려워 억지로 벌였던 쇼에 불과했을까? 외국 언론과 인터뷰 할때
그들은 이것들이 모두 이라크 국민의 순수하고 자발적인 행위라고 침을
튀기었다.
오늘 이라크 국민의 미국을 향한 환호는 후세인을 향한 그것만큼이나
광기어리고 열렬했던 것으로 보인다.그렇다면 현재의 이라크 국민은
단지 미군의 총이 두려워 불순하고 비자발적으로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환영하지 않으면 미군에게 개죽음을 당할까봐 말이다.
아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후자((미군 만세)가 오히려 진실에 가깝
다고 본다..
너무도 오랫동안 이라크 국민들은 후세인이라는 후레자식에게 짓눌려
살면서 분노와 적개심을 참아야 했기에 철천지 원수 미군이라면서도
후세인보다는 반가운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의
모든 독재자에게 시달렸던 국민들이 보여줬던 행동의 패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러한 이라크 국민을 보면서 몇가지 생각이 스친다.
첫째는 앞으로 엠비시, 한겨레, 오마이 등 자칭 진보, 타칭 꼴뚜기
언론들은 이러한 이라크 국민들에 대해 어떻게 떠들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들 언론들은 이라크전 발발 전에 반전 반미 운동에 온 몸을 던졌었다.
후세인이 아무리 난폭한 독재자로서 국민들을 억압하고 죽이고 탄압해도
이것은 이라크 국민의 일이므로 이들이 해결하게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었다. 이것이 인도주의적인 거라나 뭐라나 하면서.
그리고 얼마전만해도 철저히 이라크 입장에서 미국을 비난하며
미국의 패배를 열망하는 논조를 보여주던 그들이었다.
언뜻 떠오르는 엠비시의 전쟁 기사 타이틀 하나. '바그다드 함락 위기'
쩝. 이라크가 엠비시의 조국인줄은 몰랐다.
아무튼 이러한 언론들이 오늘의 일을 두고 어떻게 나팔을 불지가 무지
궁굼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에 있는 바로 우리 동포들이다. 100%의 지지율, 광적인
충성심의 과시, 찢어질 듯한 빈곤함, 미국에 대한 극도의 증오심,
지도자라는 위인의 그 포악한 독재성, 북한 주민들의 모습은 이라크
국민들의 모습과 아주 흡사하다. 정확히 북한은 이런 면에서 이라크보다
한 수 위이다.
아무튼 이러한 북한 주민은 만약 미군이 김정일을 제거하고
평양에 진입한다면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까하는 생각이 스친다.
김정일에게 보여주었던 환호의 무게만큼, 그 광기 만큼, 평양시민도
미군을 환영할까? 마치 이라크 국민처럼 말이다.
독재자가 제거 된후 그 나라 국민들이 보여줬던 패턴을 그대로 평양시민도
보여주지 않을까하는 추측이 든다.
물론 통일은 우리 손으로 남북한의 합의에 의해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그리고 말이다. 무엇보다 선거에서의 지지율은 얼마나 웃기는 짜장인지
모르겠다. 100%지지율이니 98% 지지율이니 하는 것이 얼마나 공허하고
허무한 것인지..이라크 국민들은 실증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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