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을 경계하는 안상수
정몽준에 제동 거는 안상수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12일 다시 한 번 정몽준 대표 체제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승계로 인한 당 대표 체제는 한시적이어야 한다"며 2월 조기전당대회를 주장했다. 여당 서열 1·2위 간에 한 판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당대회에서 뽑은 대표가 아닌 사람이 너무 오래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내년 2월에 전당대회로 체제를 정비하고 대표를 뽑아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지난 9일에도 같은 말을 했고, 지난달 정 대표가 취임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은 때에 "2월 전대를 통한 새로운 체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박희태 전 대표 사퇴로 대표직을 승계한 정 대표 임기는 당헌상 내년 7월까지다. 이에 대해 안 원내대표가 계속해서 '이의'를 제기하자 당내에서는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날 의원들 분석은 제각각이었다. "안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2002년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사과하라'고 할 정도로 정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가 된 것에 감정이 좋지 않다", "승계한 대표가 자신보다 높은 서열이 돼서 당을 대표하는 것에 대한 불만", "안 원내대표는 정 대표 능력 자체가 대표감이 안 된다고 본다"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이와 함께 당내에서는 "원내대표직 수행 결과에 대해 당 주류 쪽에서 높은 평가를 받자 이번에는 조기전당대회를 통해 대표가 될 생각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조기전당대회'는 이미 주류 내부에서 사실상 폐기된 사안이다. 당장 장광근 사무총장은 이날 다른 인터뷰에 나와 "정몽준 대표 체제 이후 당이 젊어지고 역동적이 됐다. 당 일각의 조기 전당대회 요구는 논리적 근거가 희박하다"며 안 원내대표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주류 의원들도 "이번에는 안 원내대표가 당의 안정을 원하는 청와대의 기류를 잘못 읽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측은 이런 논란에 대해 "4월 재보선 패배 이후 쇄신위와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리했던 당의 공식 입장을 그대로 말한 것뿐인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안 원내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원론적인 이야기를 마치 갈등이나 있는 것처럼 해석하고 있다"며 "내 진의(眞意)도 그게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다시는 조기전대를 주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측도 "진의도 아니라니 대응할 일도 없다"며 논란을 키우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정 대표의 취약한 당내 기반을 고려할 때, 오는 28일 재보선 결과에 따라 조기전당대회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언제든 재연(再燃)할 소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