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를 주지 않든지,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집토끼는 달아나야 한다.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왜 정치, 행정 같은 이름보다 “통치행위”라고 하겠는가?

복잡한 기존 제도의 틀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천안함 사태는 계엄령을 발동하든지 비상조치령을 내린다고 해도 반대할 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걸 자꾸 청와대 내 좌빨들의 중도실용 어쩌고 하는 잣대로 쪼잔하게 계산하다가 날려버렸다.

46명의 희생자에게 할 소리는 못 되지만, 천안함 사태만한 호재가 있는가.

국민을 단결시키는데 분노만한 호재가 없다. 그런 분노가 이번 천안함 사태로 인하여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났었다.

그런데, 그런 국민적 분노를 ‘슬픔’으로 짓뭉게고, 증거조사로 시간 끌다가 흐지부지 시켜 버렸다.

천안함 사태를 너무 오래 끌다가 국제사회에서 이를 커버할 다른 관심사가 발생한 것이다.

이스라엘 사태, 미얀마 핵개발 이슈에 천안함 이슈가 묻혀가는 데도 이제야 안보리 회부 한다고 난리다.

하필 그것도 선거 끝나고 발표하였다. 마치 공연 끝난 빈 극장에서 공지사항 알리는 것과 뭐가 다른가.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는 무.료로 봉사하는 엄청난 인원의 제3의 선거운동원이 있었다.

바로 희망근로자들이다. 그들은 한나라당과 똑같은 하늘색 조끼를 입었기 때문이다.

횡단보도 교통 정리하는 그들 옆에서 혼자 명함 나눠줘도 엄청난 착시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희망근로자들 근처에서 한나라당이 선거운동 하는 것 못 봤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뭣 하나라도 이루고 좌익들에게 욕먹은 것이 아니다.

일을 벌이려고 하면 갖은 테클에 걸려 머뭇거리다 임기 절반 그냥 지났다.

마치 5년 짜리 공사 4년 동안 측량만 하다가 제지당한 꼴이다.

나도 얼마 전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불도저’라는 비유가 믿기지 않기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주변엔 좌빨과 웰빙족 밖에 없는 점이 위험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자체도 문제이다.

소통이니 뭐니 하는 말에 속은 건지 청와대 내의 좌익은 하나도 추려진 게 없다.

나서 싸워준 인간도 김태영 국방장관과 정몽준 의원, 박재완 수석 정도 밖에 안 보인다.

이번에 6.2 지방선거에 아무 보탬도 안 하다가 패하고 나니까 쇄신 어쩌고 떠드는 초선얌체들을 보라.

그리고, 낙선한 한나라당 지자체장들이 그나마 한나라당의 씨앗이라도 심어두려고 인사조치하는 것을 ‘선심인사’라며 오히려 감찰하는 식으로 완전히 밥그릇 깨는 데만 전문가 수준인 행정안전부를 보라.

노무현이 일부러 퇴임 직전에 이용훈을 임명한 것을 보면 뭔가 느낄 만한 것도 있을 텐데....

이번 지방선거에 따른 정신적 후유증이 클 것으로 본다.

허나, 차근히 풀어야 할 것이다.

우선 청와대부터 좌빨들 추려내고 애국운동가들을 집어넣어라.

7.28 재보선 때문에 미루었는지 모르지만, 우파들은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만일 마음 같지 않으면 돌아설 태세다.

유일하고 재야에서 공짜로 지지하는 바보짓을 언제까지 할 것 같은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았잖은가.

집토끼 좀 챙기라는 말이다.

둘째, 방송ㆍ포털을 반드시 손 봐라. 북괴의 선전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잖은가 말이다.

이들을 손보고 나면 바로 선관위와 사법부를 손 봐야 한다. 아직 국회는 한나라당이 우위이지 않은가.

셋째, 북한이나 중국을 뜨끔하게 할 만한 구상을 실천하라. 비록 상징적이든 말든.

가령 달라이라마 초빙이라든지, 남한 핵무장론이라든지, 대북심리전의 조속한 재개라든지....

이런 식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켜야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법이다.

헤게모니를 장악하면 카리스마를 얻게 되고 여론은 지지로 돌아설 것이다.

국민들은 흐지부지한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 기대할 게 없거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