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권 침해하는 ‘위헌 사학법’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는 사유재산권 침해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 신문법, 과중한 세금, 사립학교법(사학 법) 개정 등이 그렇다.
사유재산권을 강조하면 마치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유재산권이 보호돼야 하는 가 장 큰 이유는, 잘사는 사람이나 못사는 사람이나, 그것이 개인의 자유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사유재산이 없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자유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또한, 사유재산권이 없는 곳에는 정의(正義)가 없다. ‘공유재의 비극’도 사유재산권이 없는 세계에서 취하는 인간 행동의 정의 롭지 못한 측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므로 사유재산권이 엄격 하게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서 자유는 억압당하기 마련이며, 정의 도 구현되지 않는다.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비록 사 소하게 보이는 재산권 침해라도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유다.
최근 여야 간에 재개정이 논의되고 있는 사립학교법의 쟁점 조항 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분분하다. 작년 말에 개정된 사학법의 핵심 조항 가운데 하나는, 초중고교의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 의원회에서 이사 4분의 1 이상을 2배수로 추천하는, 이른바 개방 형 이사제다. 사학의 비리를 막고 투명 경영을 유도하기 위함이 다. 이에 반대하는 측은 사학법은 재단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으 로서 위헌 소지가 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사학 지분 챙기 기’로 학교가 이념 교육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으며, 개방형 이사는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 다.
찬성 측의 주장이 ‘의도하는 좋은 효과(intended good)’라면 반대 측의 주장은 ‘의도하지 않은 나쁜 효과(unintended evil) ’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는 실천해 봐야 알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규제는 통상적으로 좋은 효과가 아 닌 나쁜 효과를 보이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 가 있다. 더구나 개정된 사학법은 설립자가 그 운영을 관장하는 사 적 존재를 설립자의 의사와는 무관한 사람을 이사진에 포함시켜 공적 존재로 전환하려는 것이어서 의도하는 좋은 효과보다는 의 도하지 않은 나쁜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한편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립대 법인화는 사실상 이들 대학 의 사립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며, 사립화는 곧 대학에 대한 민간 의 재산권 형성을 돕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립대 법인화와 사 학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사학법 개정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 다.
물론 부정과 비리에 연류된 사학 재단은 있다. 그러나 일부 비리 사학의 척결을 위해 사학의 전반적인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 은 온당한 처방이 아니다. 비리 사학의 평판이 좋을 수는 없고 교육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이므로, 이런 사학은 교육 시장에서 사라지도록 퇴출 장벽을 없애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요컨대, 사학법 논란의 핵심은 요즘 우리 사회에 넓게 번져가고 있는 사유재산권 경시 풍조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립학교 는 개인이 특정 건학 이념을 위해 자신의 재산으로 세운 학교인 만큼, 학교 설립자가 이를 운영하는 것은 고유한 사유재산권에 속한다. 제3자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정부와 여당 및 야당은 재산권 침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사학법에 매달려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다는, 나날이 뒤떨어 지고 있는 교육 경쟁력 회복을 위한 방법 모색에 힘을 모아야 한 다. 그것은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교육 제도를 정착 시키는 일이다.
[김영용 / 전남대 교수, 한국하이에크학회장]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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