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가 言論을 감시하는 나라
청와대가 엊그제 전 부처에 기사의 성격을 5단계로 분류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국정홍보처가 기존의 언론분석팀과 별도로 ‘오보(誤報) 대응팀’을 가동시킨 것은 국정의 최우선 목표를 아예 전방위 언론감시로 설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라 밖에선 이라크 다음에 북핵(北核)이 밀려오고, 나라 안에선 모두가 입만 열면 경제를 걱정하는 이 마당에 이런 일에 정부가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이유를 헤아릴 재간이 없다.
출범 이후 노 정권의 언론비판과 대응은 집요했다. 대통령은 언론으로부터 박해를 받았다고 하고, 이창동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부당한 공격을 받고 있다고 하고, 청와대는 특정신문의 기명칼럼에 대한 반박문을 홈페이지에 싣는 기상천외한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5가지로 분류보고하라는 청와대 지시는 난센스다. ‘긍정’과‘단순’은 무엇이며, ‘건전비판’과‘악의적 비판’은 누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결국 정권에 비판적인 특정언론을 감시하고 옥죄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언론보도를 감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언론보도를 제대로 분석해 국정을 감시하려는 것”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도 억지다. 정부는 국정에 충실하고,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본래의 기능을 서로 다하면 되는 것이다. 정부가 언론을 통해 국정을 감시하겠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노 정권이 언론의 오보에 신경이 거슬린다면 언론 중재위원회 등 통상적인 절차로 처리하면 된다. 그런데 국가홍보가 주임무인 국정홍보처에 오보대응팀을 만들어 자체 법률고문단을 운영하고 변호인단 구성까지 지원한다니 명칭을‘오보 대응처’로 바꿔야 할 판이다.
국민의 값진 세금을 이런 편집증적인 일에 써도 된다고 언제 국민의 동의를 얻었는지도 묻고 싶다. 언론이 정부를 감시하는 게 정상인데 우리는 정부가 언론을 감시하겠다니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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