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속’ 뒤집는 카메라폰
디지털 카메라 기능을 갖춘 ‘카메라폰’이 큰 인기를 끌면서 이를 성폭력 등 협박수단이나 목욕탕·지하철 등에서의 여성신체 부위 몰래 촬영, 각종 공연장의 무단 촬영, 기업 정보 유출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사생활 침해나 기업 기밀 유지를 위한 관련 법률은 이같은 정보기술(IT)의 발달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올해 말까지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 3천2백여만명 중 최고 70%가 카메라폰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돼 이같은 부작용은 갈수록 속출할 전망이다.
기업들마다 사용규제 홍역인터넷사이트 동영상 홍수◇협박·기밀유출의 도구로 악용=모 자동차 연구소는 최근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한 협력업체 직원이 아직 공개도 하지 않은 신차의 사진을 카메라폰으로 찍어갔기 때문이다.
이 연구소는 디자인 도용의 위험과 신차를 노출시켰다는 이유로 담당 팀장을 징계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내방자들을 일일이 몸수색해 카메라폰 반입을 금지시키기도 어려워 이들을 따라다니며 감시를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카메라폰을 통한 기밀 유출을 막기 위해 직원들에게 ‘카메라폰의 카메라 기능은 회사에서 절대 사용할 수 없다’는 각서를 쓰게 하고 있다. 또 외부인이 방문할 때마다 관련 부서가 카메라폰 보유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등 기밀 유출 예방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LG전자의 디지털어플라이언스 연구소측도 “카메라폰을 통한 내부정보 유출 우려 때문에 이르면 하반기쯤에 카메라폰 사용을 규제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부 이모씨(31)는 최근 성폭행을 당하며 카메라폰에 찍힌 사진을 남편의 휴대폰과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는 범인의 협박에 4천만원을 건네줬다. 이씨는 경찰에서 “범인이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될 것이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각종 인터넷 사이트나 파일교환 사이트에는 카메라폰을 이용한 ‘몰래 카메라’ 사진과 동영상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탕이나 수영장 탈의실 등도 카메라폰을 통한 ‘몰카’의 단골 대상이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이모씨(26·여)는 “언제 카메라폰에 찍힐지 몰라 몸가짐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도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350만명이 최신 기종 보유관련규정·제도 재정비시급◇대책은 없나=이동통신업계에서는 현재 3백50만명 이상이 카메라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림포스한국 관계자는 “현재 판매중인 33만화소급도 기업 기밀 유출이나 몰카용으로 충분히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 1백만화소급 카메라폰이 개발됐으며 국내에서도 올해 말쯤이면 첩보영화에서 볼 수 있는 고화질의 카메라폰이 전체 이동전화시장의 최고 70%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기술 진보에 따라 첨단 카메라폰을 이용한 ‘몰카’ 등 사생활 침해나 기업기밀 유출 등이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많지만 이를 막기 위한 뾰족한 수단은 없는 실정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김철환 부장은 “카메라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반드시 소리가 나게 한다든가 휴대폰 매뉴얼에 ‘무단으로 찍어서 인터넷 등에 유통시키면 관련 법령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제도화해 경각심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대 강내희 교수(영문학)는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윤리·도덕적 재교육을 강화하고 정부 역시 관련 규정과 제도를 확실하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행법상 카메라 장착 휴대전화를 성범죄에 악용할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5년 이하 징역과 1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6930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