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대 후반으로 지방소재 로스쿨 재학 중에 있습니다. 사시 폐지를 주장하게 된 저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과거 사시제도의 문제점으로 인해 로스쿨이 도입된 경위, 과거 경제개발시대에 엘리트 관료위주 선발에 의한 관권주도의 국가성장을 위한 고시제도의 탄생, 고시출신 기득권세력의 병폐에 의해 곪아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사법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법조인이 되기를 희망하였고, 그 방법으로 사시와 로스쿨제도 중 현행법하에는 사시가 곧 폐지 되니, 현행법을 신뢰하여 로스쿨제도가 법조인이 되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기에 로스쿨 입학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과거 사시를 준비하다 로스쿨 오신 분들은 사시의 기약없는 희망고문(희망의 사다리가 아닙니다)과 대책없는 비용구조에 지친 이유가 있을 것이고,

법대 폐지 확정 후 처음 법조인을 꿈꾸는 분들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미 폐지가 확정된 사시가 아닌 로스쿨입학이 유일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수단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20대 후반까지 사시준비를 해 봤었기에 언젠가 되겠지라는 희망 속에서 수험비용을 스스로 해결하다보니 신림동 학원 강의 한번 들어보지 못하고 준비할 수밖에 없었고(당시 동영상 인강이라는 것은 없었습니다),

비용을 아끼려는 덫에 걸려 사시를 통과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신림동 패기지 강의는 생각도 못해봤습니다. 결국 신림동에서 풀패키지 강의를 들으며 원룸을 오갔던 친구, 선후배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시험에 붙었습니다.

저는 20대 시절 오직 경쟁에서 이겨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하는 사법시험제도하에서 공동체에 대한 관심은 도외한 채 오로지 자기 공부만 매진하는 학우과의 비교관계에서 1차 시험과 2차시험 준비기간 동안 법대 무슨 위원장(선거직)을 맡아 시험공부에 관한한 시간상 불이익을 겪으며 시행착오를 겪은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함께 공부하던 시험에 붙은 학우들 중 일부는 이후 자신들의 힘만으로 성공한 자 마냥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주역이 됩니다.

시험공부를 접고 30세에 사회첫발을 디딛고 직장생활을 하던 중 다시 법조인이 되기로 결심하였을 때에는 사법시험은 곧 수명을 다할 달콤한 악마의 유혹에 불과할 뿐 전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었지만, 로스쿨제도는 현행법과 제도에 따라 결과와 비용을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청사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에게 사법시험 폐지 유예, 그 존치 움직임은 저의 판단의 전제 자체를 흔들어 버리는 일입니다.

사시가 유지된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많은 이들이 왜 법대 진학을 포기하고 로스쿨입학에 도움이 되는 학과에 진학하였고, 법대 폐지 정책에 법대 출신으로서 침묵하였고, 사시를 그만두고 직장생활에서 얻은 노하우와 자금으로 다시 로스쿨 진학을 꿈꾸었겠습니까.

제가 선택한 로스쿨제도가 붕괴되는 것을 막는 것은 제가 살기 위한 것이고 저의 생존근간이 달린 문제입니다. 어떤 제도가 국민을 위해 보다 나은 법률제도인가의 명문싸움은 이자리에서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밥을 먹는 강아지도 밥그릇을 빼앗기면 주인의 손을 물 것이고, 노점상 상인이 수레를 빼앗기면 들고 일어날 것입니다. 하물며 많은 비용과 수년의 시간을 투자하여 공부를 하는 우리와,  이미 법조인이 된 로스쿨 출신들이 닭 쫓던 개 지붕 처다 보듯 방관하고 있어야 한단 말입니까.

사시존치와 병행할 수 없는 건 사시존치로 인해 로스쿨이 현실적으로 "붕괴"되기 때문에 저는 그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시존치와 병행하면 더 좋은데 왜 반대하냐는 질문은 그만 하십시오. 로스쿨제도가 "붕괴"된다는 것입니다. 강의실 문을 닫게 되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는 겁니다. 일본 로스쿨의 예를 보고도 그러한 질문을 던지는 무책임한 말은 하지 마십시오.

로스쿨과 사시제도의 장단점은 이미 널리 알려졌고, 충분히 논의되었습니다. 그것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적 사회적 결단에 의해 로스쿨제도를 법조인 양성제도로 채택하였습니다. 법과 제도가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운 것이라면 우리 사회의 모든 제도와 법을 다시 뒤엎고 이해관계에 따라 법을 무시하고 떼를 쓰는 자의 입맛대로 바꾸면 그만일 것입니다.

법이라는 것이 사회적 약속이고 합의라면 그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법을 신뢰하고 법이 신뢰받을 대상이라면 그러한 법치주의 하 살아가는 저를 비롯한 순진한 국민이 준엄하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