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봄빛이 오거든 고려 강산에도 다녀가오…4월29일 한발의 폭탄소리로 맹세하세"
매헌(梅軒) 윤봉길(尹奉吉) 의사가 상하이 훙커우(虹口) 공원 의거 이틀전 작성한 친필 거사가(擧事歌)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윤 의사가 거사 사흘전인 1932년 4월26일 수류탄을 들고 태극기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교과서에 실려 널리 알려진 것과 비교하면 이 거사가는 햇빛을 보지 못한 셈이다.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는 28일 윤의사가 1932년 4월 27일 상하이에서 작성한 친필 거사가 사본을 공개했다.
윤 의사는 거사 이틀 전 일본군의 '천장절(天長節ㆍ천황생일)' 겸 전승 축하 기념식 장소인 훙커우 공원을 답사차 들른 뒤 숙소로 돌아와 자신의 수첩에 이 글을 남겼다. `출사표'였던 셈이다.
윤 의사의 조카인 윤주씨는 "원본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있지만 많이 알려져 있지않았다"며 "거사를 앞둔 스물다섯 청년의 감회가 잘 나타난 시"라고 전했다.
윤 의사는 거사가에서 조국의 독립을 `봄빛(春色)'에 빗대어 `고려강산'에 `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담히 표현했다.
`빼앗긴 들에 봄이 오기를 바라는' 것은 독립을 열망하던 시인이나 청년 운동가나 매한가지였다.
다음은 윤의사가 남긴 거사가 전문.
妻妻(처처)한 芳草(방초)여 / 明年(명년)에 春色(춘색)이 이르거던 / 王孫(왕손)
으로 더불어 같이 오게 / 靑靑(청청)한 芳草(방초)여 / 明年에 春色이 이르거던 /高麗江山(고려강산)에도 다녀가오 / 多情(다정)한 芳草여 / 今年(금년) 四月二十九日에 / 放砲一聲(방포일성)으로 盟誓(맹서)하세
(서울=연합뉴스)
156043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