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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범죄 신음하는 사회
장기화되는 경기불황과 게임처럼 진행되는 이라크 전쟁 등으로 인해 최근 ‘화풀이성’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살인사건마저 특별한 동기없이 우발적으로 마구 발생, 인명을 경시하는 사회병리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놀이터에서 만난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하모군(19)은 8일 오전 병원에서 사망했다. 지난 6일 오전 2시쯤 여자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하던 하군은 놀이터에 있던 김모씨(22) 등 3명으로부터 머리를 맞아 의식을 잃은 뒤 치료를 받아왔다.
올초 지방 전문대를 졸업한 뒤 특별한 직업없이 생활하던 김씨 일행은 하군 등에게 “남자끼리 술 먹어서 무시하냐”며 술 취한 상태에서 시비를 걸었다. “그냥 친구들끼리 웃었을 뿐”이라고 항변하는 하군에게 김씨 일행은 다짜고짜 발길질을 시작했고 하군은 이틀 뒤 뇌출혈로 숨졌다.
폭행치사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김씨 일행은 경찰조사에서 “졸업후 취직이 안돼 고민과 짜증이 많았는데 욱하는 심정에서 싸움을 걸었으며 죽을 줄은 몰랐다”고 고개를 떨궜다.
안모씨(23)는 지난달 31일 빌린 돈을 갚으라고 재촉하는 고향선배를 때려 숨지게 했다 경찰에 붙잡혔다. 신용불량자인 안씨는 고향선배 장모씨(28·음식점 배달업)에게 50만원을 빌린 뒤 매일 빚독촉에 시달리자 “돈을 갚겠다”고 서울시내 여관으로 유인한 뒤 동료와 함께 여관 아래로 떨어뜨려 숨지게 한 후 119에 실족사로 허위신고를 했다 덜미가 잡혔다.
또 최근 서울 삼전동 다세대주택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으로 3명이 숨졌으며 1996년 탈북한 윤모씨(42)가 치정관계에 얽힌 3명의 남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해외로 도피한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3월 3개월간 살인 등 강력범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해 1~3월 살인사건은 198건이었는데 올해는 222건으로 12.1% 증가했다.
경기불황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라크전이 발발했던 3월의 경우 살인은 88건으로, 2002년 70건에 비해 25.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 이외에 강간(20.4%), 방화(16.1%), 강도(15.3%), 폭력(6.7%), 절도(0.6%) 등 주요 강력범죄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살인사건은 범행동기가 단순하고 우발적인 경우가 많지만 증거인멸을 위해 치밀한 방법이 동원되고 범행방식도 흉포화하는 등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최인섭 범죄동향실장은 “경기침체, 실물경제 위축, 사회불안 등으로 평소 유지하던 자제력과 규범틀이 쉽게 무너지고 있다”면서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감소하던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가 20~30% 가량 증가했듯이 범죄증가 추세는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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