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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조사 않고 내사종결 논란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세풍)을 수사 중인 검찰이 1997년 대선 당시 국세청 등이 불법 모금한 선거자금을 지원받은 정치인 중 최소 10명이 200만∼5억여원씩을 선거가 끝난 뒤 사용한 사실을 계좌 추적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9일 밝혀졌다.

특히 이들이 선거자금 이외의 용도로 사용한 부분에 대해 업무상 횡령죄를 적용할 경우, 공소시효(7년)가 아직 2년이나 남아 있으나 검찰은 횡령죄 시효(5년)가 지났다는 이유로 당사자들 소환조사도 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겨레>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서상목 전 한나라당 의원과 박명환 의원 등 정치인 10명이 애초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불법 모금해 관리하던 자금을 건네받아 그 중 일부 수표를 대선 뒤에 쓴 사실이 드러났다.

이 중 서 전 의원이 대선 뒤에 쓴 금액이 5억28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박명환 의원 1억원 △이철 전 의원 4천만원 △최병렬 의원 2200만원 △김윤환 전 의원 1100만원 △정형근, 김영일 의원 각 1천만원 △백남치 전 의원 800만원 △윤원중 전 의원 600만원 △이회창 전 총재 200만원 등이었다.

검찰은 이들이 이 가운데 상당 금액을 자신의 주택 개조비나 가족과의 회식비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이 전 총재는 대선 다음해인 98년 2월 부인과 함께 지방출장을 갈 때 항공료 등으로 200만원을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8일 수사발표 때 “정치인 10여명이 이씨가 관리하던 차명계좌에서 빠져나와 한나라당에 전달됐다가 선거활동비로 지급된 돈 일부를 선거 뒤 사적인 용도로 썼다”고 밝혔으나, 명단과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장유식 변호사는 “검찰이 처벌 의지만 있었다면 정치인의 선거활동 등을 ‘업무’로 해석해 업무상 횡령죄를 적용해도 무리가 없었다”며 “이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아직 2년이나 더 남아 있어 기소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우정 서울지검 특수1부장은 “법률적으로 이들이 대선자금 관리팀이 아니었기 때문에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며 “불법하게 건네진 돈을 떼어먹는 경우 횡령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9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최병렬 의원은 “당으로부터 판공비조로 1억원을 받아 다른 의원들에게 격려금조로 주거나, 주변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술·밥을 사먹으라고 건넸을 뿐 대선 이후 사용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김영일 의원은 “당시 선거기획회의를 주재한 서상목·최병렬 의원 등으로부터 1, 2주일마다 격려금을 100만원권 수표로 받았다”며 “당 후원금인지 국고 지원금인지 구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명환 의원은 “당 공식회의에서 주장해 1억원을 받아냈다”며 “이 돈은 모두 유세차량 비용이나 인건비 등 선거활동 비용으로 썼다”고 말했다.

이회창 전 총재의 한 측근은 “이 전 총재는 선거 관련된 모든 비용을 당 비용에서 사용했다”며 “검찰이 뭔가 오해하거나 착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한마디로 사실무근”이라며 “정치 검찰이 허위사실을 의도적으로 흘렸거나, 출처불명의 괴문서를 일방적으로 보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석 안창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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