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씨, 힘들지요!!!
김동길
200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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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먼나라에 와서 한국이라는 내나라를 바라봅니다. 조국 땅을 떠나면, 몇몇 한심한 작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애국자가 되는 법이죠. 무척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게 마련인 모양입니다.
한인동포들이 60만-70만 모여서 산다는 이 LA지역의 "나라사랑"의 정신은 정말 놀랍습니다. 시국강연회에는 1천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집회장소에 1천5백명이 모여듭니다. 국내에 사는 이들도 근자에는 어떤 위기의식 때문에 시국강연회에 많이 모이지만 이곳 LA는 더합니다.
이곳 동포들의 간절한 염원은 첫째 한반도가 공산화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이라크전쟁에서 미국이 빨리 승리하기를 바라는 것이죠. 가슴마다 노란리본을 달고 다니는 한인들의 마음에는 한국사람과 미국사람이 뒤엉켜 있습니다.
한국대통령에 노무현씨가 당선된 사실을 지금도 믿을 수 없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가 들고 나왔던 "반미 친북"을 위험천만이라고 믿기 때문이겠죠. 대한민국이 "반미"로 나가면 미국에 이민 온 우리 동포들은 설자리가 없다고 봐야겠죠. 그리고 6.25의 참변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친북"은, 아무리 세상이 많이 변했다 하여도,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겠죠.
한국의 대통령은 요새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을 전세계가 다 알고 있습니다. "반미"가 "친미"로 기울어지는 것 같고 "친북"이 "반북"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북핵"문제는 김정일과 부시가 단 둘이서 해결할 문제라고 김은 줄곧 주장해 왔고 한국의 16대 대통령도 그의 주장을 지지해왔는데, 미국 대통령과 15분 통화하고 입장을 바꾸어 다자간에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못 박은 것은 입장의 큰 변화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이라크 파병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됩니다. 이라크의 모래판에서 사담 후세인을 도울 수는 없고 부시를 도울 수 밖에 없으니 그것도 결코 "반미"로 간주하기는 어렵습니다.
노무현씨, 힘들지요. 준비가 잘된 대통령이라고 뻥뻥거리며 그자리에 올랐던 사람들도 모두 망신하고 물러났는데 하물며 아무 준비도 없이 그 자리에 앉았으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동정합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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