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지방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년이 되었다.

쓰나미는 자연 재해라 하더라도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명백한 인재이다.

원전사고 이전 일본은 전세계에서 가장 지진이나 쓰나미에 대비가 잘 되어 있었고 대응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는 훈련이 갖춰져 있다고 평판을 받았다.

그러나 막상 인재로 인한 대형사고가 벌어진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한다는 후쿠시마 원전이었다.

사고는 간단한 데서 일어났다.

쓰나미로 물이 들어와 냉각 시스템에 고장이 났고 이에 따라 원전 냉각수의 흐름에 문제가 생겼고 과열이 되었으며 연료봉이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나아가 내부 비상 전원 자체도 꺼져버려 냉각 펌프 등의 수리가 지체되었다.

나아가 원전 인근 수조에 보관하던 아직 식지 않은 수많은 폐 핵연료봉이 과열되기 시작했고 여기서 엄청난 방사능이 유출되기 시작했다. 또 원자로 가열로 온도가 올라가며 수소가 촉발하여 원자로 격납고가 폭발했다.

결국 긴급 사태를 수습한 것은 결사대를 자처한 수백 명의 소방대원이었고 이들이 방사능 피폭을 각오하고 현장에 들어가 소방차로 물을 계속 살포하여 원자로와 폐 연료봉을 냉각시킨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수 헬기를 투입해 물을 살포하는 등 방법을 사용했지만 모두가 실패했다.

아주 원시적인 사무라이 결사대 투입으로 동경까지 피폭되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가까스로 틀어막고 확산을 방지한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동경전력은 현장을 포기하고 완전 철수하려 하였고 이것을 막은 것은 간 나오토 당시 총리였다.

원전사태에서 일본 정부가 유일하게 잘 한 일이 현장철수를 막는 것이었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당시 일본 정부에는 원전사고에 대한 대응 매뉴얼 즉 기술적 대응, 인력소재, 대응단계, 사고정보 공개 등 모든 절차가 사전에 약속되어 정해져 있었지만 막상 사고가 나자 속수무책에 빠지며 정부 전력회사, 규제감독기관 모두가 공황상태에서 책임전가, 정보은폐, 발뺌만 해왔다.

결국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력도, 사고대응 매뉴얼도 상명하복의 뛰어난 관료시스템도 아무것도 제대로 작용하지 않았다.

일본의 원전 기술과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찬양해 마지않던 일본언론, 전력회사, 원전기술자와 과학자, 경제산업성 관료들은 이 사태의 와중에서 아무런 존재감도 보이지 않았다.

원전 프로젝트에 대해 한국 이상의 끈끈한 상호 네트워크를 가진 원전관련, 언론- 과학자- 전력회사- 관료의 끈끈한 시스템이 막상 단순한 사고가 나니 그토록 찬양과 자랑을 마지않던 기술과 안전의 허상이 무너지는 것을 우두커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매우 간단하게 일어났다.

냉각시스템에 비상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가 물어 잠겨 작동을 하지 않았고 그것으로 냉각수를 지속적으로 원자로에 공급하지 못해 원자로가 가열되고 녹아 내리면서 모든 사태가 발생했다.

만약,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또 다른 다양한 전원 공급장치가 있었다면 나아가 전원이 끊어졌을 경우 원자로에 물을 한꺼번에 공급할 수 있는 인근 고지대 저수장치와 수로가 있었다면 간단하게 사태는 끝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1주년이 지나고 나니 쓰나미에 대한 인적 물적 피해는 대충 회복이 되어가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피해는 아직도 진행형이며 쓰나미 사고와는 달리 피해규모 또한 피해가 진행형이고 정보가 은폐되어 징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것이 일반 자연재해와 원전사고와의 차이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3월 하순 서울에서 세계 『핵안보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 정상회의의 목적이 후쿠시마 사태를 겪고도 핵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찬사와 그 확대에 있다면 그것은 후쿠시마의 교훈을 놓친 것이 된다.

후쿠시마 사고는 비상전원 장치에 물이 들어간 간단한 사실에서 비롯되었지만 일단 『켤 수는 있지만 끌 수는 없는 불』인 핵은 그 수습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소요될 지 가늠하기 조차 힘든다.

인간의 모든 실수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대망상적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근원적으로 『위험한 물자』인 핵의 『평화적 이용』은 그 자체로서 이율배반적이며 모순을 담고 있다.

50년대 상대를 전멸시킬 폭탄으로 개발한 뒤 기왕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니 이참에 전력용도로 쓰면서 비용이나 줄이자고 시작한 것이 『원자력 발전』이 시작되게 된 계기다.

이후 60년이 되어가도록 원자력에 관한 기술적 발전은 크지 않았다. 핵 폐기물 재처리 기술 조차 아직 많은 기술적 결함이 나타나 미국조차 시행하고 있지 않으며 전 세계가 폐연료봉 등 고준위 폐기물 처리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근원적으로 위험한 물질을 가지고 안전하다고 『가상의 신화』를 만든다고 안전해 지는 것은 아니다.

후쿠시마 이후 주춤하던 원전 찬양론자들은 다시 기지개를 캐고 『원전찬가』를 부르고 있으며 원전수출과 국내 원전 증설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다음달 전 원전을 일단 다 세우고 점검하는 일본과 원전만이 살길이라 외치는 천박한 『경제효율 지상주의자』가 펼치는 한국은 너무나 대비된다.

굳이 겪어봐야 깨닫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