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례적으로 고인의 명복을 비느니 어쩌니 하고 말하기는생략하겠다. 사실 특별히 그 사람 명복 빌어 주고 싶지는 않다. 교장 정도나 지낸 사람이 왜 자살을 했는 지 도대체가 이해가 안된다. 사과하라고 하니까 아무 말없이 유서도 설명도 없이 아무도 모르게 자살했다니? 정말 이해가 안된다. 잘못한 거 없고 사과 할 일 없으면 사과 하지 말고 당당히 소신껏 살면 되지, 왜 남몰래 자살하나? 자살하려면 왜 한다고 유서라도 남겨 놓던가? 그런 사람이 과연 애들에게 뭘 가르치나? 정말 그랬다면 한심하고 답답한 사람이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일단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까 그 사람이 불쌍하고 그러니까 무조건 그 사람이 옳다고 치고, 또 그러니까 그 사람의 상대편은 잘못했고 나쁜 놈이다 하는 식으로 분위기를 잡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건 수준 이하다.
그 교장 말고도 이 땅에는 나름대로 절박한 이유로 자살하는 사람 많다. 이런식이라면 자살한 그 사람들 마다 ?아 가서 자살한 사람은 무조건 불쌍하고 그래서 옳으니, 평소 그 사람과 다투거나 반대되는 의견 가진 사람들은 모조리 나쁜 놈이고 패륜아라고 매도하고 규탄해야 되는가?
교장이라는 사람이 너무나 심약한 사람이라 단지 사과하라는 말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아서 자살했다? 그렇게는 믿어지지 않는다. 설사 그렇다해도 그게 전교조나 다른 누가 책임질 일은 아니다. 누가 그 사람더러 자살하라고 한 사람 있는가? 전교조도 사과하라고 했지 죽으라고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런 데 왜 이리 호들갑인가? 그 교장이었다는 사람, 무슨 말 못할 다른 자살 동기나 이유가 있는 건지도 모르지 않은가? 유서를 남기거나 죽기전에 유언으로 무슨 항변을 한 것도 아닌 데 왜들 이렇게 감정적으로 호들갑인가?
진정하고 침착하게 전후좌우를 따져보는 게 순서이다. 아직까지는 누구도 그 교장 더러 자살하라고 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누군가 그러기라도 했다면 큰일 당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 사실 서로 싸우다 열 받으면 자살하라느니 죽으라느니 하는 말 내 뱉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말 조차 한 사람이 없는 것 같은 데 왜 자살하는 지 유서도 안 남기고 아무 말도 유언도 없이 남 몰래 자살하는 걸 대체 누가 어떻게 말리고 누구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운다는 것인가? 이게 원래 문제였던 여교사에게 차를 타라고 시켰는지 어쨌는지 하는 문제하고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가? 난 개인적으로 나이 든 교장이 젊은 여교사에게 차 한잔 타 달라고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젊은 여교사는 항의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건 왕왕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 문제에 대해 누구 편 들고 어쩌고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 그 교장은 사과하기 싫으면 사과 안하고 소신데로 살면 된다. 어차피 세대차도 있고 그걸 누가 어떻게 말리겠는가? 그런데 도대체 왜 몰래 자살하는가? 게다가 자살한 자에 대한 무조건 동정과 편들기에다 상대편 무조건 매도하기는 또 뭔가? 만일 상대편에서 누군가 자살한다면 분위기가 역전될 수도 있다는 건가? 그건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이제 부화뇌동 호들갑 그만 떨고 진정하고 침착해 지자. 한겨레 토론마당의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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