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나라당,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한나라당이 다음달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금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국민들의 기대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특히 당 대표 경선을 둘러싸고 ‘돈선거’‘충성서약’‘당직 밀약’‘전국구 뒷거래’‘흑색선전’ ‘약속 뒤집기’‘불복 위협’등 당내 경선의 좋지 않은 구태(舊態)들이 모두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원내 과반수를 훨씬 넘는 거대 정당이다. 지난 대선 때는 5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았다. 그런 정당이 대선 후 3개월이 넘도록 국민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이토록 지리멸렬하고 혼돈스러운 상황에 빠져 있다면 한나라당 자체의 미래가 문제가 아니라 국정의 건강한 균형까지 암담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경선 혼탁의 문제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지금 국민이 먹고 사는 경제는 희망적인 부분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침체 일로에 빠져들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를 놓고는 듣기에도 섬뜩한 악몽의 시나리오들이 흘러다닌다. 북핵 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까지 불거져 있고, 사회적 분열상은 오히려 더 깊어지고 있다.
국민들은 새 정부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해주기를 바라는 한편으로 야당도 책임있고 권위있는 자세로 이런 국가적 현안에 매달리는 모습을 바라고 있다. 요사이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은 새 정부가 가는 방향이 문제의 초점을 벗어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제 구실을 해야 할 야당마저 일손을 아예 놓아버린 듯해 마치 국정이 위태로운 바퀴 하나로 굴러가는 듯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한나라당이 보여준 것이라고는 공천과 같은 사소한 기득권 지키기, 이라크 파병안 처리에서 드러난 눈치보기 등뿐이다. 대선 이후 국민들은 한나라당에서‘변화’의 한 조각이라도 찾기 어려웠다. 한나라당은 이제라도 전면적인 쇄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방법부터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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