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꼭대기 어느 여학교의 시화전에 갔다가 그아이의 시를 보게 되었습니다
거만하고 우쭐거리는 몸짓으로 20여명의 후배를 거느리고 다가선 시화한편앞에서
나는 멈출수밖에 없었습니다
뭔지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어둡고 죽음의 그림자가 잔뜩 드리워진
마치 한마디의 욕설과도 같은, 잠시 시끄럽다가 사라지는 그런 시 한편 이었습니다
조금은 유치하면서도 삶의 저주와 웃음들을
그냥 한마디 넋두리처럼 읊어 놓았더군요
그 아이의 눈동자를 바라보았습니다
크지않은 가느다란눈...그속에 보석처럼 맑은 눈동자
나와 그아이는 선채로 몇시간을 그렇게 인생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주소하나 달랑들고 우린 헤어졌죠
며칠뒤 집으로 날라온 편지한장.....
해운대 백사장의 3번째 인명구조전망대 앞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 그아이의 얼굴....유독 까만 눈동자만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약속한날, 그장소엔 해운대 백사장엔 그 아이가 앉아 있었습니다
서로가 뭐라 한마디 없었어도 단번에 알아볼수 있었고.....아무말하지 않아도
그아이의 마음을 알수 있었습니다
외롭고 외로워서, 외로움에 이끌려 나왔더군요...
그렇게 우린 한마디 말없이 밤새 걸었습니다
새벽녁에 집에까지 데리고 와서, 담너머로 창문으로 사알짝 내방에 들여놓았지요
살며시 웃는 그모습이 눈부시게 해맑았습니다
하얀이빨이 너무 보기좋아 그만 입을 맞추어 버렸지요
어색한 가운데 그아이의 손을 잡고 아침까지 그렇게 서로의 눈만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일어서며 하는 그아이의 말들....나 이제 갈래....엄마 기다려....나 멀리 간다....잘...있...어....
그렇게 그아이와 그날 아침 헤어졌죠
6개월정도 지난 어느날,
그아이의 이모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부산역으로 마중 나올수 있냐고....혼자 보내서 걱정 된다고....
나는 한달음에 달려나갔죠....가면서 연신 그아이의 얼굴을 생각했습니다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얼굴....다만 까만 눈동자와 하얀 앞니만 기억이 나더군요
하지만 역에서, 나와 그아이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알아보고 웃었고
마치 오랜 연인처럼 옷을 만져주고, 손을 잡고, 솜사탕 하나를 사들고 그렇게 또 걷기 시작했죠
그아이의 고통은 알지도 못한채...가끔 길가에 앉아서 쉬긴했지만....왜 모자를 썼냐고
그모자 내가 쓰면 않되냐고....난 단지 그아이의 아이러니한 그 행동들이
소설속의 주인공을 닮고 싶은..... 동경심인 줄로만 알았었습니다
별이 되고 싶다고....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어서, 그래서 이젠 서럽지만은 않다고....
그말이 그땐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단 세번의 만남...그아이는 그렇게 또 떠나갔습니다
어느날, 언제인지도 이젠 알지 못하는 어느날....
그아이의 엄마 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많이 좋아했었나 보더라고....집에 왔던날 내사진 한장을 장난스레 주머니에 쑤셔넣더니...
그사진을 떠나기 전까지 들여다 보더라고 하더군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장난이라 여겼었는데...
그아이는 그렇게 별이 되어...아니 별이 되고 싶어 그렇게 떠났습니다
정말 그아이는 별이 되었을까요....
의심하면, 나 자신이 추해보일까봐서...
아직까지 한번도 가슴속에만 묻어놓고 꺼내보질 못했었습니다
이제 2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너무나 바껴 버렸고 이젠 초등학생까지 미팅에 원조교제라니...
그동안 내가 읽었던 수만은 책속에 나오는 아름다운 사랑들이
이젠 하나같이 덥수룩한 치모에 까맣게 잊혀질려고 하고
그런 기억들을 잡을려고 하면 할수록
출렁이는 유방만 눈앞에 아른거리니....속물에, 짐승에, 변태라고 손가락질해도
전혀 아니라고 우기지도 못할 인간이 되어 버렸군요....
그아이에 대한 기억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은데....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가르쳐준 아이
나에게 기다림이 무엇인지, 그리움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아이....
가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가슴을 싸하니 ?어놓고 가는아이....
정말이지 한번만이라도 아니 머언 발치에서라도 잠깐이지만 펑퍼짐한 아줌마의 모습일지언정,
그렇게라도 보여줬으면, 정말이지 더는 내가슴이 아프지 않을텐데....
변한 몸이야 어떠하든, 아주 추한 모습이라도 좋으니
내앞에 한번만 더 그눈동자를 볼수 있게 해준다면.....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더욱 그리운 아이 mee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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