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보수적인 사주를 둔 우리 회사에도 90년대 후반부터 변화가 일었다. 여직원들이 상사들 커피 타주는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였고, 급기야 그 보수적인 사주가 "외부 손님이 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직원이들이 상사들에게 커피 타주지 말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이다.
그 이후부터는 임원들도 커피 자판기에서 자신의 커피를 빼먹고 있다. 처음에는 굉장히 당혹해하던 간부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신의 커피를 손수 빼먹는 일에 익숙해졌다. 지금은 아주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학문을 가르치러 온 사람이다. 이 여교사에게 대체 <아침마다의 차 대접>을 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만약 이 교사가 남자교사였다면 그랬을 리 없었을 것이고, 또한 이 여교사가 기간제 교사가 아닌 정식교원으로 임용되어 온 교사였다면, 그런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사건 속에는 약자에 대한 부당한 지시와, 여성에 대한 부당한 지시라는 두가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그 차대접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자, 학교측은 이 여교사의 사회적 약자로서의 신분을 악용하여, 야비한 보복행위를 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 않은가?
일부에서는 어른에 대한 차 접대 정도를 가지고 어떻게 항의를 할 수가 있느냐고 반문하지만, 그것은 현장 사정을 모르는 소치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대학교육을 받은 여성 교원이, 일반 개인기업도 아닌 교육현장에서 차대접 지시나 받는다면, 어느 누가 치욕스러움을 느끼지 않겠는가? 그것을 참느냐 마느냐는 개인적인 성격의 문제일 뿐, 그것이 부당하냐 온당하냐의 문제는 분명 짚고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부저가 울리면 수업중에라도 달려가서 차를 대접해야 했다니....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지 않은 차대접을, 교장이라는 우월적 신분을 이용하여 강권하는 행위는 일반 사기업에서도 차츰 사라지고 있는 문화이거늘, 하물며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교장선생의 자살은 비극적이고 참혹한 결과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분이 죽었다고해서, 살아있는 자에게 맹목적인 몰매질을 가하는 행위는 야비한 폭력행위에 다름아니다. 그 분의 자살에 상관없이, 옳고 그름은 엄밀히 구분되어야 하는 것이지, 한쪽이 자살로 유명을 달리하였기 때문에, 망자만이 진실이라는 식의 접근은 일종의 횡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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